MBK파트너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실패…상처뿐인 전쟁

전형민 기자(bromin@mk.co.kr) 2023. 12. 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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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한국투자증권 여의도금융센터 고객창구는 한산했다. 십여명 남짓한 고객들이 번호표를 뽑고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뿐이었다. 이날 오후 마감인 공개매수 신청을 위해 몰린 인파도 없었고 신청 고객 응대를 위한 별도의 창구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 분쟁이 22일로 막을 내렸다. 공개매수주체인 벤튜라가 공개매수가를 높이며 고지한 마감일은 애초보다 하루 늘어난 25일까지지만, 연휴를 감안하면 이날이 마지막 거래 가능일이었다. 벤튜라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공개매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날까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전문경영인을 도입해 주주가치 및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며 투자자들에게 공개매수 참여를 호소했다.

하지만 결국 이번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장 마감 후 공개매수 실패 소식을 알렸다. MBK파트너스는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지만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지배구조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 한국앤컴퍼니의 행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막판 호소에도 끝내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공개매수에 나선 주식수가 유통 주식 중 90%를 넘는 물량인 까닭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리면서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 5일 공개매수 공시에서 한국앤컴퍼니 총 지분의 20.35% 이상이 응모하지 않으면 공개매수를 철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개매수 발표 초반에는 이에 대한 기대감이 한국앤컴퍼니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11일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이 사재를 털어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인 게 알려지면서 주가 흐름이 주춤했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며 맞대응에 나섰지만, 연일 이어진 조 명예회장의 장내 매수와 ‘사촌그룹’인 효성그룹 계열사(효성첨단소재)의 참전까지 더해지며 주가 상승 동력이 사실상 꺾였다. 이들이 사들인 지분은 총 5.13%에 달한다.

이번 공개매수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고래 싸움에 고래는 물론 새우까지 모두 등만 터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개매수를 재료로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다. 공개매수를 공시한 5일부터 22일까지 14영업일 간 주가는 최고가 2만3750원과 최저가 1만5850원을 오갔다. 주가 등락폭만 50%에 육박했으며, 거래량도 폭발해 4691만9354주에 달했다.

극한의 변동성 장세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조 회장측도 지분 매집 비용을 지출했다. 다만 지분 매집을 통해 경영권은 더욱 공고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지는 의문”이라며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승기를 잡은 조 회장 측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시장이 한국앤컴퍼니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개매수 종료 뒤 주가가 빠질 경우 오너 리스크 때문에 그간 주가가 오르지 못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된다. 조 회장도 이러한 시각을 의식한 듯 지난 21일 법원에 출석하며 “그동안은 특히 IR(기업 설명) 측면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며 “MBK라는 빅 브랜드가 참여해 유명세를 타면서 주가가 리레이팅이 됐다”고 언급했다.

MBK파트너스 역시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이번 공개매수와 관련해 별다른 금전적 손해나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에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보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대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평판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IB 업계는 내년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MBK파트너스의 행보가 향후 행동주의펀드들의 움직임을 사전 예고한 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룹 우호적인 M&A를 지속해왔던 MBK파트너스가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사모펀드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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