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뽑을 비대위원 '12척의 배' 될까
비대위원 15명중 12명 인선
당내 '중·수·청' 껴안기 요구
"전원 70·80·90년대생으로"
86세대 야당과 차별화 시도
민주당은 견제 돌입
"술 안마시고 냉철한 판단력
대선도 윤나땡 하다 졌다"
이재명 42% 한동훈 47%
차기 대권 선호도 첫 역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22일 공개 일정 없이 정국 구상에 착수했다. 오는 26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될 때까지 남은 나흘 남짓이 그에게 온전히 주어진 숙고의 시간이다. 한 지명자는 이날 하루 종일 휴대폰 전원을 꺼둔 채 잠행에 들어갔다. 한 지명자의 서울 강남구 자택 앞엔 엄동설한의 날씨에 취재진이 진을 쳤으나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론의 관심은 26일 데뷔 무대에서 한 지명자가 당원들에게 밝힐 개혁 방안에 쏠린다. 위기에 빠진 여당의 대전환을 이끌 강력한 메시지가 담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주목된다. 한 지명자는 앞서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은 이제 당정관계에 대한 더 구체적인 생각을 듣길 원한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이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특검법'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발등의 불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 지명자에게 주어진 또 다른 숙제는 인적 개편이다. 연내에 비대위를 구성한 뒤 공천관리위원장·선거대책위원장을 선임하는 일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비대위원 15명 인선이 완료돼야 기존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해제되고 한 지명자에게 전권이 넘어온다. 한 지명자는 비대위원 중 당연직인 비대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을 제외한 12명에 대한 선임 권한을 갖게 된다.
한 지명자는 지난 21일 장관 이임식 직후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을 모시는 게 중요하다"는 원론적 발언을 내놨다.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취약한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에 호소할 수 있는 인물들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원 전체를 1970~1990년생으로 채우는 '789 정당론'을 제안했다. 그는 "독재 시대가 오래전 끝났는데도 여전히 과거팔이만 하는 586 정당 더불어민주당을 더 젊고 참신한 1970, 1980, 1990년대생 '789 정당'이 심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 사람 저 사람 긁어모아 겨우 이겼는데, 이들을 모두 떠나보냈다"며 "한 지명자가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까지 포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들은 공관위원장과 선대위원장으로 누가 지명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자리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당 주류(영남·중진·대통령 측근) 정치인에 대한 한 지명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에 빚이 없는 한 지명자가 '개혁의 칼날'을 휘둘러 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도 한 지명자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40년 지기인 4선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지명자는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사람"이라며 "술을 좋아한다는 윤 대통령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냉철한 판단과 강력한 실행으로 여당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며 "한 지명자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 "우리 당에서 그의 등장을 낮게 평가하며 '한나땡'을 말하는 분들의 1차원적 사고를 보며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나땡'은 '한동훈 나오면 땡큐'의 줄임말이다.
한편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한 지명자는 45%의 지지율을 얻어 41%를 얻은 이 대표를 오차범위 밖에서 눌렀다.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한 지명자는 47%, 이 대표는 42%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KOPRA가 지난 20~2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무선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응답률은 3.1%다.
[안정훈 기자 / 신유경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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