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명에 ‘여성’ 있어서”…강제로 문 닫는 서울여성공예센터

박다해 2023. 12. 22. 17: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위탁 운영 중인 서울여성공예센터 '더 아리움' 입주 기업 16곳이 최근 서울시로부터 사업 종료 방침과 함께 시설물 퇴거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입주 기업들에게 "센터 이름에 '여성'이 들어가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입주 기업 관계자들은 센터가 '여성 시설'로 비치는 것에 서울시가 부담감을 느낀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주 계약 1년 연장 심사 통과 두달 뒤
돌연 퇴거 통보…서울시, 예산 전액 삭감
서울시 노원구의 ‘서울여성공예센터 더 아리움’ 건물. 옛 북부지방검찰청 건물을 사용 중이다. 서울여성공예센터 누리집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위탁 운영 중인 서울여성공예센터 ‘더 아리움’ 입주 기업 16곳이 최근 서울시로부터 사업 종료 방침과 함께 시설물 퇴거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입주 기업들에게 “센터 이름에 ‘여성’이 들어가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22일 입주 기업과 센터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입주 기업들은 지난 10월 입주 계약을 1년 연장하는 심사를 통과했으나, 지난 15일 서울시로부터 내년 2월까지 건물을 비우라고 요구받았다.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시는 지난달 1일 센터 운영비를 전액 삭감한 2024년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센터 예산은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전년도 수준으로 복구됐으나, 예산결산위 최종 심사 단계에서 다시 전액 삭감됐다. 사실상 폐쇄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센터에 입주한 기업은 19곳이다. 이 가운데 업체 사정으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3곳을 제외한 나머지 16개 기업은 지난 10월 계약 연장 평가에 응해 모두 심사를 통과했다. 퇴거 통보 불과 2주 전인 11월29일에는 입주 기업 간 협업을 모색하는 네트워킹 행사도 진행됐다.

16개 입주 기업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통보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장 내년도 사업을 위해 구입한 각종 장비와 부자재도 쓸 수 없게 됐다. 입주 작가 ㄱ씨는 “1000만원이 넘는 대형 레이저 커팅기를 구매했는데 다음날 퇴거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2017년 설립된 센터는 전국에서 유일한 여성 공예 창업 시설로 멘토링, 교육, 판로 연계까지 제공한다. 시민들도 이곳에서 공예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전문 공예 기자재를 구비하고 있어, 대학생의 공예 창업도 수차례 지원했다. 매출도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었다. 입주 기업의 총매출액은 2019년 약 20억원을 기록한 뒤 이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8억6000만원으로 줄었지만 2021년 12억원, 2022년 13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센터를 폐쇄하려는 표면적 이유로 센터가 사용 중인 옛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건물 일대가 ‘공공부지 활용 개발 계획’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든다. 하지만 행정감사 당시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2026년까지 시설을 사용할 수 있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입주 작가들 역시 “입주 연장 평가에 통과하면 최대 2년까지 센터에 머무를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한 뒤 올해 3월 입주했다”고 밝혔다.

입주 기업 관계자들은 센터가 ‘여성 시설’로 비치는 것에 서울시가 부담감을 느낀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에 “요즘 사회 분위기가 ‘여성’ ‘남성’ 구분되는 걸 부정적으로 보고, 특히 20대들이 그런 걸 싫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공예센터에 ‘왜 남성 지원이 없냐’는 민원이 들어왔느냐’고 묻자 “그건 아니다. 현장 담당자가 경험적으로  판단한 것”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