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드쇼어링 밀더니…美, 日제철 안보심사
'대선 격전지' 러스트벨트서
인수 반대 목소리 거세져
노조 이어 상·하원 의원 반발
백악관 "안보영향 면밀 조사"
투자심의위, 본격 검토 착수
미국 백악관이 일본제철의 미 철강기업 US스틸 인수·합병에 대한 자국 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최종 승인 전 거래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자세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긴밀한 동맹국 기업의 인수일지라도, 외국 기업이 상징적인 미국 회사를 매수하는 일에 대해 국가안보와 공급망 신뢰성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 측면에서 면밀한 조사를 받을 자격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토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US스틸과 일본제철은 CFIUS에 심의를 자발적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CFIUS는 45일 이내에 거래 검토를 완료해야 한다. 이후 45일간 추가 조사가 가능하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이번 거래는 의회가 권한을 부여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화한 범정부 외국인투자위원회가 신중하게 조사하도록 설정된 거래로 보인다"며 "행정부는 조사 결과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적절한 경우 행동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국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추진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의 성명을 발표한 이유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경합주에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커지고 있는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합병 결정 직후 펜실베이니아주와 오하이오주 등 과거 철강산업이 부흥했으나 외국과 경쟁에 밀려 쇠락한 이른바 '러스트벨트'의 정치인들은 매각에 반대하며 CFIUS가 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US스틸은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생산 기지가 집중돼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 자리 잡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2020년 대선에서 경합주 7곳 중 하나였다. 존 페터먼 민주당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성명에서 "터무니없는 인수·합병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전했다.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하원의원(오하이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CFIUS의 신속한 검토를 촉구했다.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 등 세 명은 CFIUS 위원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US스틸이 생산한 철강이 미국 군사장비 생산에 필요하기 때문에 안보에 필수적이라며 합병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밴스 의원은 "미국 방위산업 기반의 중요한 부분이 외국인에게 현금으로 경매에 부쳐졌다"고 비판했다.
US스틸 경영진이 노조와 충분한 협의 없이 매각을 결정했다며 거래에 반발하고 있는 미국철강노조(USW)도 백악관의 성명을 환영했다.
데이비드 매콜 USW 위원장은 성명에서 "노조는 이번 합의가 국내 철강 생산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포함해 이날 백악관이 성명에서 표명한 많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노동자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이 2차 세계대전 때 '민주주의의 무기고'에서 필수적인 부분이었고, 여전히 국가안보에 중요한 자국 내 철강 생산의 핵심 요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철강기업을 중국 등 다른 국가의 불공정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무역 관행에서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USW 조합원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노동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명문 기업 인수를 두고 미국 의회 여야 의원과 USW도 반발하고 있어 인수 절차가 난항을 겪을 우려가 커진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백악관의 인수·합병 검토 방침에 신중히 대응했다.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은 22일 각료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개별 기업의 안건에 관해서는 언급을 삼가겠다"며 "미·일 동맹은 전례 없이 공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제철이 절차에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의 인수 조사 방침에 대해 "CFIUS 절차를 존중하며, 철저하고 성공적인 검토를 위해 당사자들과 적절히 협력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전날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인수 목표는 경제안보"라며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사랑의 밥차 20년 이끈 ‘유명배우 엄마’…“이젠 딸도 봉사중독” - 매일경제
- “연고대 최고 인기 공학과? ㅋㅋ 안 가요, 안 가”…합격자 절반 등록포기 - 매일경제
- 오징어 1천톤 외국서 ‘긴급 공수’…과일도 초비상, 도대체 무슨 일? - 매일경제
- “여보, 다들 그돈이면 이車 사네요”…비싸져도 ‘비교불가’, 그랜저도 HEV [최기성의 허브車]
- 수원역 환승센터서 버스 사고…“사상자 다수 발생” - 매일경제
- “여보, 내년엔 좀더 넣을께요”…‘10년째 제자리’ 연금소득 과세 1500만원 상향 - 매일경제
- 수원역 환승센터서 버스 사고…1명 사망·17명 부상 - 매일경제
- “이삿날 받아 놓고 보증금 못 받아”…임차권 등기, 1년 새 4배 급증 - 매일경제
- “우크라 전쟁에 중국만 신났다”…하얼빈에 나타난 이들의 정체 - 매일경제
- 오지환, LG와 6년 124억 원에 FA 계약 도장 쾅!…“앞으로도 많이 우승해 팬들께 즐거움 드릴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