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은의 시선] OTT가 바꿔놓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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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까지만 해도 극장가에 연말은 명절과 같은 대목이었다.
그나마 지난달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과거 스크린마다 북적이던 연말 극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OTT가 한국 배우와 제작진, K콘텐츠에 기회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OTT와 극장에 동시 개봉하거나 아예 OTT로만 공개되는 영화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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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까지만 해도 극장가에 연말은 명절과 같은 대목이었다.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도 연말에 많이 개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말 시즌은 무색해졌다. 관객이 안방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달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과거 스크린마다 북적이던 연말 극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달 전국 극장에서 개봉됐거나 개봉될 예정인 영화 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월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보편화로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즐긴다. OTT 콘텐츠는 대부분 에피소드 여러 편이 한 번에 공개되다 보니 드라마를 하루 이틀에 걸쳐 몰아서 보는 일이 더 흔해졌다. 방송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을 필요가 없고, 드라마가 절정에 달했을 때 다음주 예고편으로 넘어가 머리를 쥐어뜯을 일도 없다.
OTT가 한국 배우와 제작진, K콘텐츠에 기회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어렵게 마케팅하지 않아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우리 콘텐츠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방송계에서 최고 권위 상인 에미상 6관왕을 달성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OTT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했다. OTT가 직접 만드는 오리지널 작품도 많아졌다. 콘텐츠 노출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전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극장 개봉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극장만 바라보는 영화는 더욱 흥행하기 어려워진 모양새다. OTT와 극장에 동시 개봉하거나 아예 OTT로만 공개되는 영화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한 영화계 인사는 "제작 편수가 줄다 보니 영화계를 떠나는 인재가 많아졌다"고 우려했다. 영화 한 편은 기업으로 치면 하나의 사업 프로젝트다. 편수가 줄어들고 수익을 내기도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악순환이다.
방송 콘텐츠의 구심점이었던 방송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정적인 방송 편성 시간을 비집고 들어가지 않아도 OTT로 얼마든지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가장 높은 이른바 '프라임 타임' 프로그램 정도만 살아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텐츠 제작력을 갖춘 유능한 프로듀서(PD)가 독립 제작사를 차려 나가거나, 외주 제작사로 이직하는 '퇴사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분산되면서 한 작품이 크게 성공할 가능성은 오히려 희박해졌다.
일상에서 숏폼(짧은 동영상)을 주로 소비하는 10·20대는 대부분 1.5배속, 2배속으로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중간중간 장면을 넘겨가면서 본다.
촬영 현장에서 한 컷 한 컷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배우나 이를 연출하는 제작진에게는 씁쓸한 지점이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중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한국에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OTT의 지배력에 갇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이제라도 돌아볼 때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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