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마켓관찰]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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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가 평소랑 똑같이 살아서지."
올해는 뭔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친구 말에 내가 해준 답이다.
기독교 국가의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부터 1년의 마지막인 12월 31일까지 6일에 불과하기에 크리스마스로 들뜬 분위기를 연말까지 이어가는 느슨한 일주일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가 문제가 될 뿐이지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내는 것 자체는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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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부정적 시각 있지만
내년 위한 재충전 의미면 충분
베풀고 선행하며 내면 채우길
"그건 네가 평소랑 똑같이 살아서지."
올해는 뭔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친구 말에 내가 해준 답이다. 사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가장 쉬운 법은 돈을 쓰는 것이다. 23일 시작된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말은 1년 중에서도 가장 대목에 해당하는 쇼핑 시즌이다. 여러 상점과 음식점이 이 대목을 노리고 많은 준비를 한다. 화려한 장식과 즐거움 같은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는 요소는 모두 돈을 써야 하는 곳에 있다. 물론 집에서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선물을 사며 크리스마스에만 먹는 특별한 요리를 만들면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선 마찬가지다. 이런 것 없이 평소와 변함없는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 설날을 비롯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대체적으로 음력 1월 1일을 기념하는 명절이 존재한다. 즉, 아시아 국가에서는 1년의 마지막이 아니라 1년의 시작을 더욱 특별하게 여겼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라마다 연말을 축제처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한데 바로 태양력의 도입과 크리스마스 문화의 유입이다. 양력 도입으로 설날이 1년의 시작을 기념하는 명절에서 의미가 애매해져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문화의 유입과 공휴일화는 이렇게 생긴 공백을 채우기에 적합한 역할을 했다. 기독교 국가의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부터 1년의 마지막인 12월 31일까지 6일에 불과하기에 크리스마스로 들뜬 분위기를 연말까지 이어가는 느슨한 일주일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 느슨한 분위기는 소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는 인간 본연의 욕망이기에 이를 절제하고 통제하는 데는 강한 의지와 이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분위기가 느슨해지면 이 철통같은 의지와 이성도 다소 약해지면서 소비를 늘리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사람에 따라선 연말의 이 느슨한 분위기와 소비 문화를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그저 억누르기만 하면 부정적으로 발현될 수도 있기에 적절히 해소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이 고대부터 다양한 축제와 기념일이 존재했던 이유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은 내수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경제는 생산과 소비로 움직이는데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산이 큰 타격을 받고 불황에 빠진다. 그런 의미에서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가 문제가 될 뿐이지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내는 것 자체는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된다. 이 느슨한 분위기는 내년을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원래 생산을 하기 위해선 재생산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법이다. 그동안 졸라매었던 자기 자신을 조금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며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평소에 먹지 않았던 조금 특별한 음식을 먹고 색다른 것들로 기념하며 여유를 즐기자.
그래도 만약 돈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평소와는 다른 행동과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 늘 하던 일이 아니라 평소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을 살펴보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해보는 것이다. 그동안 유튜브만 봤다면 책을 읽어보거나, 평소에 늘 보던 내용이 아닌 새로운 주제를 탐구해 보기도 하고, 평소에 늘 보던 풍경 또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 남을 돕고 남에게 친절을 베풀며 작은 선행을 하는 것도 좋다. 어쩌면 연말에 많은 기부가 이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지 모른다. 무엇이 됐든 간에 한 해 동안 방전시킨 자기 자신을 채우며 내년을 맞이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일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그렇게 즐기면 충분하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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