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약한 자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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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인간 삶에 근원적으로 내재하는 상처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인 듯하다.
무엇이든 제 뜻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욕망대로 살아선 안 됨을 인정할 때 우리는 어른이 된다.
우리가 절대 무적 강자가 아니라 상처 입은 약자임을 인식할 때 삶의 진실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인간은 모두 가시를 품은 존재로, 즉 세상에서 고통당하고 상처 입은 존재로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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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인간 삶에 근원적으로 내재하는 상처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인 듯하다. 무엇이든 제 뜻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욕망대로 살아선 안 됨을 인정할 때 우리는 어른이 된다. 그래야 자기 얼굴만 바라보는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 타인의 얼굴을 함께 살피는 공동체 시민으로 살 수 있다.
우리가 절대 무적 강자가 아니라 상처 입은 약자임을 인식할 때 삶의 진실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사도 바울은 이를 반복해 강조한다. "신이 내 몸에 가시로 찌르는 듯한 병을 주었다."('고린도후서' 12장 7절) 가시는 그리스어로 스콜롭스(skolops)라고 한다. 날카로운 말뚝이나 뾰족한 물건을 뜻한다. 발전이나 성취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간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고난과 역경을 상징한다. 가시는 우리의 근원적 연약함 때문에 생겨난다. 인간은 모두 가시를 품은 존재로, 즉 세상에서 고통당하고 상처 입은 존재로 살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잊는 것이 오만이다. 가시를 망각한 존재, 즉 무엇이든 제 뜻대로 할 수 있을 듯 날뛰는 존재는 결국 파멸한다. 성서는 인간 오만에 대한 신의 처벌을 기록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눈앞의 쾌락에 몰두해 타락을 거듭했던 인간에게 신은 대홍수로, 불벼락으로 심판을 내렸다. 기후 위기는 물질 중독에 빠져 자연과 조화를 잃어버린 오만한 현대인에게 닥쳐온 대파멸의 징조일지도 모른다. 자기의 가시, 즉 고통을 망각한 존재는 삶의 진실과 함께하지 못한다. 신은 말한다. "내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온전히 드러난다." 권능은 그리스어 디나미스(dymamis)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디나미스는 만물의 잠재성을 가리킨다. 올챙이는 개구리가 될 잠재성을 타고나지만 아직 개구리는 아니다. 부지런히 먹이를 먹고 꼬리를 놀려야 겨우 개구리가 될 수 있다. 영혼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약자임을 받아들이고 힘을 다해 애쓸 때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무지를 인정하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고, 외로움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다. 변화의 역능이 작동해 우리 안의 잠재성이 실현되려면 먼저 자신의 상처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반성과 통찰의 재료로 삼아야 성숙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성탄절이 다가온다. 예수는 약자로 살라고 세 번이나 강조해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굶주린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우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인간의 근원적 약함을 인정하고, 자기를 돌아보며 타인을 바라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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