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예술을 파는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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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회 한 편의 공연 시간은 약 두 시간이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서비스 사업, 특히 공연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겪은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2024년에는 1년 365일,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다양한 공연을 즐기는 이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그래서 공연기획자들도 힘을 내 더 좋은 공연을 이어가는 동력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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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회 한 편의 공연 시간은 약 두 시간이다. 이 짧은 순간을 위해 길게는 몇 년, 짧게는 몇 개월의 준비에 헌신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공연을 만드는 공연기획자다. 하나의 공연이 완성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먼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주자와 연주단체를 섭외하고 극장을 대관한다. 기본 세팅이 완료되면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기 위한 스태프를 구성하고 무대를 만드는 동시에 관객을 모으기 위한 홍보와 티켓 판매 등의 작업이 이어진다.
공연기획자들에게 무엇이 가장 어려운지 물어보면 공연장 대관, 연주자 섭외를 위한 협상 과정, 협찬 등 공연 제작 자본 마련과 티켓 판매 등을 열거한다. 어느 하나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연이 완성됐을 때, 연주장을 가득 메운 객석, 훌륭한 연주를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하는 사람 또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다닌 공연기획자다.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 기획의 역사를 돌아보면 초기 시장은 대부분 신문사나 방송사 등 언론에서 주도했다. 그리고 잘 알려진 국제문화회·한국무지카·아트코리아 등 순수 민간 기획자가 시장에 등장한 것은 1970~1980년대에 들어서다.
그러나 화려한 활동 이면에는 당시 국내 최정상 연주자의 공연을 도맡았던 국제문화회조차도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피아노 대리점을 겸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대부분이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렸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흘렀다. 수많은 공연 기획·매니지먼트사가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중 1990년대에 등장한 (주)크레디아·빈체로·마스트미디어만이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아 현재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예술 장르 또한 시장 논리가 작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영화 제작사나 대중예술 기획사 등이 성공한 기획을 발판으로 빌딩을 올리는 등 자본을 축적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사례를 바라보며 공연업계에서는 "아무리 성공한 공연을 만든 기획자도 자본 축적은커녕 대부분 빚에 허덕이고 있고, 그나마 내 집 하나 간수하고 있으면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새어 나온다. 이에 대한 원인을 하나하나 파고든다면 한도 끝도 없는 토론 주제를 생성할 수 있다.
그러나 연말연시, 대부분 공연이 매진을 기록한다는 12월이다. 12월 25일까지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는 짧은 이 기간은 공연기획자들에게는 축복과 같다. 특히 친구·연인·부부 동반 등 각종 모임에서 술자리보다는 공연 관람을 즐기는 등 매우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그렇기에 공연장을 찾는 문화가 올해 말을 계기로 더욱 지속·발전되기를 기대한다는 작은 바람으로 이 글은 마무리하고 싶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서비스 사업, 특히 공연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겪은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2024년에는 1년 365일,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다양한 공연을 즐기는 이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그래서 공연기획자들도 힘을 내 더 좋은 공연을 이어가는 동력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인건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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