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영웅’ 자녀들 만난 尹 “대통령 할아버지가 여러분의 아빠 노릇 잘하겠다”

크리스마스 앞두고 ‘히어로즈 패밀리’ 행사 대통령실에서 열려
尹 대통령, 아이들에게 인사 건네고 미리 준비한 선물 나눠주기도
순직 군경 배우자들에게도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격려 전해
엄마에게 “대통령이야?” 아이가 묻자 현장 웃음바다…한 아이는 ‘윤석열’ 삼행시 읊어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히어로즈 패밀리와 함께하는 꿈과 희망의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몰·순직 군경의 어린 자녀들에게 용기를 주는 행사가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됐다. 대통령실에서 열린 첫 번째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순직 군인·경찰·소방관 배우자들에게는 ‘힘내시길 바란다’ 등 따뜻한 말을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히어로즈 패밀리와 함께하는 꿈과 희망의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날 행사에는 2016년 5월4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강풍에 인명 피해를 막으려 출동했다가 머리를 다쳐 순직한 고(故) 허승민 소방위 유가족, 2017년 8월18일 강원도 철원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폭발 사고로 순직한 고 이태균 상사 유가족, 2020년 2월 한강에 투신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고 유재국 경위 유가족 등 자녀 14명과 배우자 등 30명이 참석했다.

국가보훈부가 신규로 추진하는 역점사업인 ‘히어로즈 패밀리’에는 그동안 사회 각계 저명인사들이 미성년 자녀들의 멘토(106명)로 후원했고, 정부와 민간단체가 연계해 다양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과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만큼 무대에는 대형 트리와 선물꾸러미 등이 장식됐고 캐럴 합창도 준비됐다. 노타이 정장 차림에 사랑의열매 배지를 착용한 윤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만난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몇 학년이니’, ‘무슨 운동 좋아하니’ 등 말을 건네며 반갑게 맞이했다. 윤 대통령을 본 한 아이는 옆에 있던 어머니에게 “대통령이야?”라고 물어 행사장에서는 웃음도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라며 “여러분들 아버지, 아빠를 기억하고, 여러분의 가족을 잊지 않는 국가가 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어린이들은 대통령 할아버지가 무슨 선물을 줄까(궁금하죠)”라며 “어린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라고 덧붙였다. 또 “우는 아이에게는 (산타가) 선물을 안 준다고 잘 알고 있는데, 어려운 일이 있어도 울지 않고 부모님 도와서 잘 이겨내는 어린이가 착한 어린이”라며 “그런 어린이들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많이 주신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배석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을 소개하면서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군인이셨는데 국가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셨다”며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열심히 노력해서 이 자리에까지 왔다”고 윤 대통령은 말했다. 박 장관의 부친인 박순유 육군 중령은 1972년 베트남전쟁 도중 전사했다.

윤 대통령은 순직자 배우자들에게도 “다 같이 오셔서 감사하다”며 “더욱 힘내시길 바란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등 격려 메시지도 건넸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히어로즈 패밀리와 함께하는 꿈과 희망의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전몰·순직한 군인, 경찰, 소방관 등의 자녀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에서 어린이들은 자신의 꿈을 적은 ‘꿈 카드’를 ‘드림 트리(Dream tree)’에 걸어 훗날 이뤄지기를 소망했다. 윤 대통령은 고 유재국 경위의 사망 당시 임신 중이던 배우자가 충격으로 조산하면서 강직성 전신마비를 갖고 태어난 유이현 군의 꿈 카드를 대신 걸어줬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찹스테이크와 새우 필라프, 마카롱, 컵케이크 등으로 구성된 오찬을 마친 윤 대통령은 이준형 마술사와 함께 아이들의 선물이 등장하는 마술쇼를 무대에서 펼치고, 사전에 평소 갖고 싶어했던 것들을 파악해 준비한 선물을 나눠줬다.

심지안·지호 형제에게는 천체 망원경과 레고 세트를, 항공우주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이윤성 군에게는 “수학 공부가 재미있다는 걸 보니 분명 훌륭한 항공우주공학자가 될 수 있겠다”는 격려와 함께 니트 점퍼를 선물했다. 영어 공부를 좋아하는 유이현 군에게는 영어학습 키즈세트를 선물했다.

선물을 모두 나눠준 윤 대통령은 “우리 어린이 여러분들이 건강한 것이 어머니를 도와드리는 것이고, 또 여러분이 건강하게 자라는 그 모습을 봐야 저도 신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또 대통령 할아버지가 여러분의 아빠 노릇을 잘하겠다”며 참석자들 모두와 함께 “할 수 있다”고 외쳤다.

한 아이는 윤 대통령과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윤석열 대통령님 / 석가모니의 마음처럼 / 열심히 노력해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윤석열 삼행시’를 읊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