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도 '사촌' 투톱시대

황산니켈 제조 켐코 회장에
최윤범 사촌인 최내현 승진
母子회사 동시 회장은 처음
"미래사업 오너家 책임경영"

고려아연에서 황산니켈 제조를 책임지는 켐코의 최내현 사장이 최근 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사촌 관계다. 선대부터 이어진 가족 경영 체제를 이어가는 한편 2차전지 신사업에 대한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을 보여주는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2차전지 소재 부문 자회사 켐코가 지난 19일 인사를 통해 최내현 사장을 회장에 선임했다. 박은재 켐코 전무는 이날 켐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내현 신임 회장은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최윤범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1970년생인 최내현 회장은 서울대에서 수학한 후 고려아연 관계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후 코리아니켈, 알란텀 등에서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현재 켐코에서 신사업인 니켈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켐코는 최내현 회장이 2017년에 설립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 제조·판매 사업을 확장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육성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회장 승진 인사는 그가 사실상 최윤범 회장과 함께 그룹 2인자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 사업을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신사업에 대한 성공 의지를 오너가의 책임 경영을 통해 실천하겠다는 의미"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켐코는 지난달 고려아연과 글로벌 원자재 업체 트라피규라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최대주주인 고려아연은 지분율을 35%에서 64%로 확대했다. 지분법 적용 자회사를 연결 대상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고려아연의 켐코에 대한 육성 의지를 투자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한 켐코는 대규모 투자금을 받아 울산사업장에 연간 4만2600t(니켈 금속량 기준)의 생산능력(CAPA)을 지닌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건설하고 있다. 2026년 상업생산을 하는 게 목표다.

최근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2인자 자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르는 등 재계에 사촌 경영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 오너 일가도 선대부터 이어온 사촌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에서 모회사와 자회사에 친·인척으로 회장을 동시에 올린 경우는 처음이다.

[조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