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오라더니 7시간40분 결항” 제주공항 폭설에 이용객 불편
항공기 운항 전면 중단 280여편 결항
22일 오후 3시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장.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외부와 달리 제주를 떠나려고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열기를 뿜었다. 각 항공사 데스크에는 오전에 떠나지 못한 체류객들이 표를 구하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출발장 내 의자가 모자라 바닥에 쪼그려 앉은 이들도 다수였다. 제주공항에는 많은 눈이 내리면서 전날 159편의 항공편이 결항한데 이어 이날에도 오전 8시2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활주로 제설작업으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이태훈씨(58·경기 성남)는 이날 오후 7시30분 항공기를 예약했지만 폭설에 따른 결항 소식에 오전부터 렌터카를 반납하고 일찍 공항을 찾았다. 이씨는 “혹시 몰라 벌써 3시간째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제설상황이나 언제 항공기가 재개된다는 식이 안내 방송은 단 한번도 없냐”면서 “고객 입장에서는 정보가 없어 너무 답답하고, 제대로 앉을 곳도 없어 다들 몇시간째 불편하게 바닥에 앉아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제주를 찾았다는 50대 이모씨는 “오전 10시30분 항공기가 결항됐는데 항공사에서는 결항 문자는커녕 복잡하니 2시간 빨리 오라고 해서 아침 일찍 성산에서부터 허둥지둥 달려왔다”면서 “항공사에서 결항 문자라도 미리 줬으면 숙소에 차분히 있었을 것인데 이제와 다시 숙소를 예약하려니 요금도 비싸고 예약할 곳도 없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떠나던 도민들도 이날 돌아오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제주도민 김모씨(50)는 “출장을 마무리하고 어제 저녁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오늘까지 결항되면서 주말까지 서울에 있게 생겼다”면서 “주말 계획도 다 틀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제주에 몰아닥친 폭설과 한파로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하면서 제주를 찾은 관광객과 도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얼어붙은 도로로 인해 눈길 교통사고와 낙상사고도 잇따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이날 활주로에 내린 많은 눈으로 오전 8시20분부터 7시간40분간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항공기는 제설작업이 마무리 된 오후 4시 김해로 향하는 항공기를 시작으로 운항을 재개했다.
이날 폭설에 따른 제설작업으로 제주공항에서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국내·국제선 285편이 결항하고, 3편이 회항했다. 항공편 운항이 재개된 이후에도 밀린 스케줄로 인해 지연은 이어졌다. 이날 제주공항에 계획된 항공편은 모두 476편이다. 체류객 이송을 위한 임시편 10여편도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파에 폭설이 더해지면서 제주 도심 도로에서의 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8시50분쯤 서귀포시 도순동에서 차와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충돌하면서 1명이 다치는 등 눈길 교통사와 고립사고, 낙상사고 47건이 제주소방안전본부에 접수됐다.
한라산 입산은 전면 통제됐다. 1100도로 일부 구간 등 산간도로 통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부터 내린 눈으로 이날 오후 3시 현재 한라산 삼각봉에는 92.4㎝의 눈이 쌓였다. 사제비 82.4㎝, 영실 53.7㎝ 등의 적설량을 보였다. 도심과 해안지역에도 눈이 내려 표선 26.7㎝, 성산 19.1㎝, 제주시 10.5㎝ 등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기상청이 23일 오전까지 비 또는 눈을 예보한 만큼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차량 운행 시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항공기와 여객선 이용객은 사전에 운항 정보를 확인하고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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