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덮친 버스···기사 “승객 거스름돈 주려다 실수로 액셀 밟아”
“승강장 정차 후 가속···3m 앞 시민들 향해 돌진”
경기 수원시 수원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내버스가 시민들을 덮쳐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버스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 대신 실수로 액셀을 잘못 밟았다고 진술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22일 오후 1시27분쯤 버스기사 A씨(50대)가 몰던 30-1번 시내버스가 수원역 2층 12번 환승센터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을 들이받았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7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또 2명이 중상을, 13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중에는 버스기사도 포함돼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승객에게 거스름돈을 주려고 하는 도중 버스가 움직여서 멈추려고 하는 과정에서 브레이크 대신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역 환승센터를 오가는 버스들은 지상에서 고가차로를 타고 2층으로 올라와 승객들을 승하차시킨 뒤 다시 고가차로를 타고 내려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해당 사고 버스는 고가차로를 타고 올라와 환승센터 12번 승강장에서 승객들을 승하차시켰다. 이어 다시 출발하면서 갑작스럽게 속도를 높여 3m 남짓을 주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버스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을 들이받은 뒤 곧바로 인도에 있던 시민들을 덮쳤다. 이어 승강장 표지판과 보행자 신호등을 연속해 들이받고 나서야 멈췄다.
12번 승강장 앞 3m에는 2차로 도로를 건너는 횡단보도가 있다. 피해자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이거나 건너기 위해 인도 근처에 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역 환승센터 12번 승강장에는 사고 당시 처참했던 상황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고 버스는 유리가 깨진 채로 멈춰서 있었으며 승강장 안내판은 찌그러져 있었다. 부서진 신호등은 전기줄에 매달린 채 흔들렸으며, 땅바닥에는 미처 수습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혈흔 등이 남아 있었다.
이 곳은 수원역과 롯데백화점을 잇는 연결통로로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때문에 사고 수습이 이뤄지는 중에도 많은 시민들이 그 앞을 오갔다.
사고 당시를 목격했다는 유정희씨(32)는 “갑자기 ‘쾅’ 하며 금속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길래 처음에는 철판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면서 “소리가 난 쪽을 보니 버스가 기둥을 들이받고 멈춰 있었고 그 아래 모자를 쓴 시민 한 분이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멈춰선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렸는데 얼굴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너무 놀라 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사고를 낸 버스는 수원여객㈜ 소속으로 전기 차량이다. 버스는 정상 작동을 해 평소 운행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으며 사고 당시에도 조향·제동 장치 등에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버스기사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원인을 두고 일각에서는 버스가 빙판길에 미끄러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현장에서는 도로가 언 흔적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버스에 대한 정밀 조사를 하는 한편 약물 검사 등을 통해 A씨의 운행 당시 건강 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 수원역 환승센터 폐쇄회로(CC)TV 및 버스 내 블랙박스를 수거해 영상을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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