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1년7개월 ‘법무장관 성적표’는···야당 공격하다 끝난 ‘스타 장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지난 21일 1년7개월가량 재직했던 장관직을 그만뒀다. 취임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왕장관’‘소통령’으로 불린 한 전 장관은 화려한 언변과 예상을 뛰어넘는 활동으로 화제를 몰고 다닌 ‘스타 장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재임 기간 내내 야당을 공격하며 자극적인 발언을 일삼아 정작 필요한 법무 행정에서는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수통 검사’의 시각을 벗지 못했다는 법조계 안팎의 평가도 있다.
①전 정부·야당 대대적 수사와 ‘정쟁 플레이어’
한 전 장관은 지난해 5월17일 취임 일성부터 야당에 날을 세웠다. 그는 취임식에서 “진짜 검찰개혁은 사회적 강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 축소법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에 돌입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고, 시행령으로 다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늘렸다. 검찰이 광범위한 수사를 할 수 있는 활로를 튼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시행령이 상위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검찰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에 나섰고, 이들은 여러 차례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반면 검찰의 수사권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 등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서는 쓰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야당 수사는 큰 반발을 불렀고 이에 한 전 장관이 맞대응하면서 매일 같이 정치적 공방이 이뤄졌다. 한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에 대해 “저질 가짜뉴스에 올인하듯이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이성을 찾으라”고 했다. 한 전 장관과 야당 의원들의 독설에 가까운 신랄한 발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등에서 생중계됐다. 특히 정치인이 아닌 국무위원 입에서 거침 없는 발언이 이어진 데 대해 법조계에선 ‘한 장관이 정치 뜻이 있다면 하루빨리 장관을 그만두고 정치권으로 가야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②인사검증 떠맡은 법무부···“책임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없애면서 민정수석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던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에 맡겼다. 법무부는 지난해 5월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당시 “인사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인사정보단을 신설한다”며 “검증 업무를 질문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재배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인사 실패’와 관련한 비판이 법무부로 쇄도하자 이 같은 출범 취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정순신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부실 검증’이 문제된 사례가 잇따랐다. 하지만 한 전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은 객관적인 1차 정보를 제공한다. 추천이나 비토에는 제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책임을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로 미루는 것이란 비판과 함께 야당에서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③‘엄벌주의’ 기조 속 포퓰리즘·인권 외면 논란
‘한동훈 법무부’가 전두환 정권의 프락치 강요 사건, 이춘재 연쇄살인 누명 사건, 세월호 유족 2차 가해 사건 등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에 불복하지 않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이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스토킹 피해를 입던 여성이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한 전 장관은 신당역을 방문했다. 이후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 엄정 대응과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공언했다. 한 전 장관은 지난 7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현장도 찾아 재발 방지책과 범죄피해자 보호를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인권단체 등은 ‘엄벌주의’에 치우친 한 전 장관의 기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형 집행 가능성 시사,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고위험 성범죄자 주거지 제한(한국형 제시카법) 등이 대표적이다.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정책들이 범죄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고 국제 인권기준에도 어긋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민청 설립 추진을 비롯한 이민정책에서도 비판을 받아 왔다. 한국의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이주노동자가 많이 필요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대적인 미등록 체류자 적발에 나섰다. 이전 장관 재임 때에 비해 무차별적인 정부합동단속이 증가했고 이는 열악한 이주노동자의 인권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난민 인정 폭을 줄이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또 한번 논란의 불을 지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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