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역 관괘(觀卦)로 한동훈 등장을 읽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2023. 12. 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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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우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곧장 여당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 입장임을 밝혀둔다. 그것은 일단 조국씨가 지난 정권 때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했던 무리수와 오버랩된다. 색깔이 대통령과 너무 겹친다.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의 인사 실력이 형편없음을 보여줄 뿐이다.

출범 2년도 안 된 여당에서 몇 번째 '비대위'인가? 지금 여권의 위기는 누가 뭐래도 대통령의 불통 인사와 가족 리스크 때문이다. 중간층이 등을 돌린 이유다. 한 전 장관은 개인의 탁월한 능력과 무관하게 불통 인사라는 이미지를 더 강화하고 가족 리스크 해결에 적임자가 될 수 없다. 꼼수로 풀 일이 아니다. 다만 어차피 '한동훈 비대위'가 확정됐으니만큼 '주역'을 통해 정치인 한동훈의 미래를 짚어볼 필요는 있다. 그의 성패를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쓰는 말 중에 '가관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가관(可觀)'에는 '경치 따위가 꽤 볼 만하다'와 '꼴이 볼 만하다는 뜻으로 남의 언행이나 어떤 상태를 비웃는 뜻으로 이르는 말이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주역'에서 가관(可觀)은 이 둘 다 아니고 말 그대로 '어떤 사람을 보아줄 만하다'는 뜻이다. 이는 대체로 어떤 인물이 큰 지도자로 부상하는 모멘텀과 관련이 깊다.

'주역'에는 관괘(觀卦 )라는 것이 있다. 스무 번째인데 바로 앞은 '크다'는 뜻을 갖는 임괘(臨卦 )다. 이 둘의 관계를 공자는 '서괘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일이나 인물이 커진 뒤라야 볼 만하다[可觀]. 그래서 임괘 뒤를 관괘로 받았다."

일이 진행되는 순서가 그러하다는 말이다. 지난 대선을 돌이켜보면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열망은 컸다. 그런 상황이 임(臨)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에는 이런 열망을 모을 만한 가관자(可觀者), 즉 지도자로 보아줄 만한 인물이 없었다. 이때 당 밖에서 윤석열이라는 가관자가 나타났고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백성들의 바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관이화(觀而化)에 실패했다는 말이다. 관이화(觀而化)란 백성들이 보아줄 만한 인물이 모범을 보임으로써 백성들 마음을 좋은 쪽으로 옮겨가게 한다는 말이다. 30% 겨우 넘는 지지율이 지속되는 것은 바로 이 관이화(觀而化)에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백성들 마음은 흩어졌고 다시 가관자를 찾아야 하는 것이 현재 여당의 정치 상황이다.

이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관괘(觀卦)를 음미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제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 임금들을 비롯해 옛날의 지도자들은 이렇게 '주역'을 제대로 활용했다. 공자는 '잡괘전'에서 임괘와 관괘의 관계를 이렇게 말한다.

"임괘와 관괘의 뜻은 내가 가서 구하거나 남이 와서 나를 구한다는 말이다."

모호해 보이지만 이는 이미 《논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공자는 정치에 관해 관심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군주에게 가서 먼저 정치를 말한 것이 아니라 군주가 먼저 물어오면 이에 답을 해주었을 뿐이라고 했다. 백성들 마음을 한데 모아 지도자의 지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양하는 예를 보여주었느냐 아니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예양(禮讓)이라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여당의 요구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을 받아들인 모양새를 보였다. 예양의 절차가 빠진 것 같다.

여당 대표는 육사(밑에서 네 번째 음효)이니 바로 위 임금과는 음양이 교차되어 친밀하지만 맨 아래 음효와는 같은 음효라 호응이 없다. 백성들 지지가 약하다는 말이다. 친밀은 사사로이 가깝다는 뜻이고 호응은 공적으로 뜻이 합치한다는 것이니 별로 좋지 않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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