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험지출마로 돌아온 김영우, 한동훈 비대위에 "혁신없이는 성공못해" 충언
"험지 출마, 최소한의 염치와 책임…'중진의 힘'과 '초선의 마음'으로 하겠다"
"학창시절 '동대문 찬스' 보답할 것…서울시장·구청장에 의원도 바꿀 골든타임"
국민의힘 현역의원들을 향한 '중진 서울 험지출마론'에 오히려 원외에서 호응한 인사가 있다. 전통적인 보수정당 우세지역인 경기 포천·가평(옛 포천·연천)에서 제18~20대 내리 3선을 한 김영우(57) 전 국회의원이다. 지난 21대 총선에 자진해서 불출마 선언한 지 4년 만에, 보수정당 험지인 서울 동대문갑에 도전장을 냈다.
김영우 전 의원은 YTN 기자 출신이며 MB(이명박 전 대통령)계 핵심 일원으로 불린다. 초·재선 땐 당 개혁·소장파로 꼽혔고 3선 초기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내는 중량감도 보였다. 다만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보수 분열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2018년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 재판을 받게 되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2019년 12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계를 떠나 있던 2020년 10월엔 4박5일 간 서울~부산 자전거 여행을 가지며 자신의 정치 여정을 돌아봤다.
자유한국당을 떠날 땐 과거지향, 패거리 정치, 특권층 이미지 혁신을 촉구했지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 땐 당 정체성 혼란을 우려했다. 제20대 대선 경선 당시 최재형 예비후보를, 지난 3월8일 당대표 경선 땐 안철수 후보를 도우며 '쓴맛'도 경험했다. 고민 많은 '낭만보수'인 그는 지난 10일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나는 왜 나를 컷오프했는가' 출판기념회를 열고 재기 시도를 알렸다. MB계 선배들, 소장파 정치인들의 응원이 많았다. 예비후보 등록은 1월초로 예정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1일 디지털타임스 기자와 만나, '강북 4선 중진'이 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옛 '텃밭 지역구'로 회군하지 않은 건 "최소한의 염치와 책임"때문이다. 포천 출생이지만 경희중·고교와 고려대(정외과)까지 학창시절을 동대문구에서 보낸 "동대문 찬스"의 당사자라고도 했다. 혐오와 강대강 대치뿐인 정치권을 비판하며 "침묵하는 다수, 상식적인 국민, 합리적인 보수가 갖는 목소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4선 고지에 도전하시는데, 서울 동대문갑에선 '신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정치신인들이 많이 받는 질문이지만 '정치를 하는 이유'를 말해달라.
=원론적으로 들릴 순 있지만 나는 정치가 복잡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게 됐다. 지난번에 불출마하고 나서 생각도 많이 하고, 자전거타고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정치는 두가지다. 하나는 나라를 지키고, 둘째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지금 보면 정치인들이 써야할 좋은 영향력이 오히려 기득권을 지킨다든지 상대방 비판 수단으로만 사용되고 정치가 원래 지향해야할 국민의 행복과 너무 거리가 멀어졌다. 그래서 그걸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고 싶다. 내가 여태까지 3선을 했지만 좀 더 민심을 기반으로 해서 좋은 영향력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건 정치는 역시 혼자 하면 절대 안 된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 좋은 사람들을 함께 좋은 영향력을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정치를 하고싶다.
-여태까지 삶과 행보를 짧은 말로 요약하신다면?
"'동대문 찬스'란 말을 나는 늘 한다. 나는 동대문을 통해 넓은 세상을 봤다. 시골 출신이었는데, 동대문에 와서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대학교 다니면서 내 사춘기와 대학시절 방황기를 동대문에서 보냈다. 나에게 동대문은 새로운 문화와 다양한 걸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이룩한 게 '동대문 찬스'다. 지역주민께 보답하고 '동대문 찬스'를 만들어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동대문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그리고 늘 내 인생은 도전이었던 것 같다. 옛날부터 늘 목표를 두고 힘들었던 것을 이루고 그 다음 목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게 나의 원동력 아니었나 생각한다. 늘 그때 그때 중요한 도움을 주시는 은인을 많이 만났다. 절대 내 혼자만의 노력만으로 세상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도 나는 이번에, 절대 정치는 혼자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오히려 선수(選數)가 쌓일수록. 그걸 느꼈고 부족한 걸 서로 메워주는 정치가 가장 좋은 정치다. 내가 내 생각을 강요한다든지 '나는 옳다'는 생각만 가지곤 정치가 절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를 망친다."
-여당 4선 중진이 되신 이후 구상과 각오를 말씀해달라.
"강북권에서 내가 4선이 되면, 늘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지만 정치인들이 정말 민심에 기반할 땐 늘 '초선의 마음'으로 하지만, 정치를 복원하고 개혁하는 데 있어선 '중진의 힘'으로 하고 싶다. 최소한의 염치와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책임정치'를 꼭 하고 싶다. 지금의 정치상황이, 양심과 염치와 책임의식이 너무 실종된 것 같다. 그래서 정치경험이 있는 나로선 책임감도 느끼고, 이젠 정치를 방관하거나 밖에서 보기보단 바꾸는 데 전력투구해야겠다. '그냥 4선'은 나에게 의미가 없다. 이젠 '강북의 4선 의원'으로서 힘을 가지고 상식적인 목소리가 이만큼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늘 보면 정치권에서 양극단의 목소리가 강했고 강성지지층에만 의존하는 정치를 벌이고 있는데 '침묵하는 다수, 상식적인 국민, 합리적인 보수'가 갖는 목소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고 싶다. 최소한의 염치와 양심을 가진 정치인들과 함께 하고 싶다."
-경기 포천·가평 옛 지역은 혁신 압박이 거센 '영남권 텃밭'과도 다르다면 다른 곳인데, 복귀 않고 서울 험지 출마를 택한 이유와 각오가 궁금하다.
"최소한의 염치와 최소한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포천·가평은 4년 전에 제가 당의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자진해서 불출마한 지역이고, 지금도 국민의힘 현역의원이 있는데 다시 가서 공천경쟁하는 건 염치없게 느껴진다. 지금 우리 당과 윤석열 정부에 필요한 건 수도권에서 1석이라도 더 보태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따지면 내가 서울 강북 험지에서 1석을 가져오면 2석을 얻는 셈이니까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함께해보고 싶은 정치인이 있는가. 일부 젊은 당협위원장은 '서울 동부벨트 3인(김재섭·이승환·이재영)'을 결성하기도 하던데.
"금방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인근에 김병민(광진갑)·오신환(광진을)·김재섭(도봉갑)·이승환(중랑을)·이재영(강동을) 당협위원장, 바로 옆에 김경진 전 의원(동대문을 당협위원장)도 있다. 다들 아주 잘 통한다. 나는 그분들 북콘서트 하는 거나 (방송 등에) 출연할 때 굉장히 잘 보고 있다. 김재섭 당협위원장은 아주 좋은 의견을 내고, 이승환 당협위원장도 좋다. (22대 국회에) 같이 등원했으면 좋겠다. 아주 좋은 그룹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동대문갑에 한국외대, 경희대 등 대학교가 많다. 대학가에 어필할 구상이 있는가.
"그렇다. 외대와 경희대는 동대문갑에 들어가고, 고려대는 학교 자체는 (성북구)안암동인데 정문 앞은 제기시장을 비롯해 다 제기동이다. 그래서 고려대생들의 생활권이 동대문갑에 속한다. 우리 대학생들이 많고, 유일하게 동대문구가 다른 구에 비해 '청년인구가 많이 늘어난' 지역이다. 학교가 많은 만큼 대학생들의 주거문제가 상당히 문제가 되겠더라. 기숙사 들어갈 사람도 한정돼 있고, 중국 학생도 많다. 주거나 안정문제를 이필형 동대문구청장과 의논을 많이 하려 한다. 신촌의 홍익대나 건국대 쪽보다 대학과 학생들은 많은데 청년문화가 많이 정체돼있거나 저조한 것 같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가 잘 없다. 경동시장 내에도 노력을 많이 하지만, 그런 것도(아직은 부족하다). 이필형 구청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생각하는 (활성화)구상이 있더라. 국회의원만 교체가 되면 그걸 뒷받침하기에 굉장히 좋은 타이밍, 아주 손발 맞추기 좋은 골든타임이라 생각한다. 10여년간 동대문이 정체돼왔다. 그런데 구민이 오세훈 시장을 뽑고 이 구청장을 뽑은 건 뭔가 달라지고 정체에서 벗어나길 갈망하는 지역주민 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 남은 게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 정권교체'를 해야한다. 정말 민심을 바탕으로 하는 '선수(選手)교체'가 돼야 동대문을 바꿀 수 있겠다."
-동대문갑 현역인 안규백(62)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21대 총선 내리 3선을 한 강자다. 민주당 전략공천위원장도 맡은 만큼 본선 진출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여야 중진끼리 맞붙는 그림이 될 수도 있는데 필승 전략은?
"지피지기해야 필승하는데 내가 잘 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내가 먼저 했다. 18대 국회에서도 나는 포천·연천 지역구이고 그분은 비례대표로 같이 했다. (지역구 경쟁력이) 연고가 전부는 아니지만, 저는 중·고교와 대학교를 동대문에서 다녔기 때문에 그만큼 내가 지역에 갖는 애착심이 남다르다. 그분이 3선을 하는 동안 동대문이 달라졌다고 체감하기가 좀 어렵다. 이건 저의 얘기라기보단 지역주민들의 얘기다. 이젠 '선수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론 안규백 의원과 상임위 활동을 같이했고 나보다 연령적으로 선배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관계다. (맞붙는다면) 굉장히 공정한 게임이 될 것 같다."
-당내에선 경선을 치른다면 서울시의원과 홍준표 전 대선후보 대변인을 지낸 '청년 여성' 여명(32) 전 대통령실 행정관, 지역을 오래 지켜온 현역 당협위원장 허용범(59) 전 국회도서관장 등과 겨뤄야 할 텐데.
"지역에서 당원들 만나보면 세번 내리 총선에서 진 지역이라 당원들이 좀 좌절해 있다. 당협이 활성화돼있지 않아 재건을 해야겠고, (공천에서) 개혁을 기본으로 해야겠지만 '이기는 선수'로 총선에 임하는 게 좋겠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정치신인도 신인으로서 장점이 있겠지만 동대문갑의 경우 의정활동이나 예산문제라든지 '경험'을 갖고 있고 당에서의 좀 더 큰 역할을 위한 '네트워크'와 '힘'이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김기현 지도부' 교체 이전부터 수직적인 당정관계 탈피 등 쇄신 조언을 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급물살을 탄 당의 미래와 총선전략에 해줄 조언은?
"김기현 (전)대표 사퇴 과정은 석연치도 않고, 국민들이 납득하기 좀 어려운 과정이었다. 김기현 체제가 들어설 때처럼,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건 '한동훈 비대위'로 가닥을 잡은 만큼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역할은 법무장관으로서 역할과 굉장히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눈높이에 맞는 당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 정치란 법과 사실의 영역만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의 '인식'과 '정서'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국민눈높이에 맞춰 상당히 혁신적으로 비대위를 이끌지 않으면 총선승리가 어렵다. 여러사람 의견 경청하는 가운데 당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 혁신하지 않는 비대위는 성공할 수 없다. 오로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혁신이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한동훈 전 법무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검사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특수관계'란 주변 인식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자기자신의 혁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비대위가 성공할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 결정에 앞서 수직적 당정관계 우려가 많았는데, 윤재옥 원내대표가 중진·원내·원외·원로 의견수렴 절차를 갖추는 노력으로 일부나마 불식시킨 것 같다.
"그런 측면도 있다. 아주 높이 산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경찰에 있을 때 나는 초선의원이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같이했다. 아주 신중한 분이고, 원내대표로서 굉장히 튀거나 하진 않지만 그분이야말로 의회주의자란 생각이 든다. 지금 워낙 여소야대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워낙 그분의 인품과 의회정신이 있어 잘 할 것으로 믿는다."
-당을 향해 추가로 해주고 싶은 말씀은?
"지금 국민들은 여당에든 야당에든 굉장히 실망을 한 중도층·무당(지지정당 없음)층이 많다. 그리고 우리 국민의힘이 지금 가장 신경써야 할 건 '왜 대선승리 이후에 많은 무당층이 생겨 국민의힘으로부터 떨어져나갔나', 이것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다. 거기에 답이 있다. 대통령서부터 우리 지도부, 우리 당이 국민에 가진 태도를 생각해봐야 한다. 겸손하고 경청해야하고,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고 시정해야 한다. 국민은 '완벽한 정치인'을 원하는 게 아니고 잘못했을 때 '잘못했다'고 자기반성할 수 있는 책임감을 느끼는 '염치있는 정치인'을 원하는 것 같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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