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혐의 결론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재수사 지시

유족 "강자 편에 선 편파적 조치"

지난해 12월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를 잃고,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지난 3월 20일 첫 경찰조사를 마치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지난해 12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관련해 당시 운전자인 할머니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오늘(22일) 해당 사고로 숨진 고 이도현(당시 12살) 군의 가족과 춘천지검 강릉지청에 따르면 검찰은 60대 A씨에 대한 사건기록을 검토한 결과 재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어제(21일) 강릉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던 A씨에 대해 지난 10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A씨의 과실에 의한 사고임을 뒷받침할 자료로 삼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운전자 측과 제조사 간) 민사재판 등 추가 자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재수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도현 군의 아버지이자 운전자 60대 A씨의 아들인 이상훈 씨는 "10개월 넘게 조사한 경찰 수사 결과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명확한 추가 증거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민사소송에서 자동차 제조사가 코너에 몰린 것을 도와주려는 편파적 조치"라며 "검사가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지 않고 강자인 자동차 제조사 편에 든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A씨 측 변호사인 하종선 변호사도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국과수의 '운전자가 변속레버를 굉음 발생 직전 주행(D)→중립(N), 추돌 직전 N→D로 조작했다'는 분석이 틀렸다는 게 민사소송에서 드러난 상황에서 내려진 것"이라며 검찰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법원이 지정한 전문 감정인에 의해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도 신뢰성이 상실됐다는 점이 밝혀진 상황에서 내려진 불송치 결정인데, 재수사를 요청했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2월 당시 사고 현장 / 사진=강릉소방서 제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A씨가 손자 도현 군을 태우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도현 군이 숨졌습니다.

A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A씨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전국에서 빗발쳤습니다. 또 A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지만 답보 상태입니다.

한편 A씨 가족은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약 7억 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제기해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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