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장관 "조성경 차관의 8가지 R&D 카르텔 발언은 개인 의견"…"정부 의견 아니다"

이준기 2023. 12. 2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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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과 선긋는 이 장관, "나는 카르텔 말한 적 없어"
삭감 R&D예산, 선택과 집중 필요..과학계 반발 여전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기정통부 예산과 정부 R&D 예산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2일 최근 조성경 과기정통부 차관의 '8가지 R&D 카르텔 사례' 발언에 대해 "순전히 차관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우리 정부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내년 예산 및 정부 R&D 예산 브리핑에서 조 차관의 발언으로 또다시 과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R&D 카르텔 사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차관의 발언은) 내부에서조차 논의한 바도 없고,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우리 직원들이 만들었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다"라며 "저는 우리나라 연구자분들께 한 번도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R&D 예산 삭감과 카르텔에 대해선 "이번 R&D 예산 재구조화는 '카르텔' 그런 거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차관과 다른 관점을 가진 거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부인했다.

앞서 조 차관은 지난 12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대덕이노폴리스포럼' 초청강연에서 8가지의 R&D 카르텔 사례를 제시했고, 특정 사업과 기관 등을 지목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조 차관은 8가지 카르텔 사례에 대해 △출연연이 기업체에 사업을 주고, 사업의 일부를 출연연이 지정한 교수에게 주는 편법 △출연연 등이 해당기관 출신 교수들에게 특혜 제공을 위해 과제를 주는 경우 △출연연이 수년간 내용은 거의 동일하나 제목을 바꿔가며 연구를 지속하는 경우(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핵원료 분야) △기술 이전과 관련해 기술가치 평가 이전 기술 이전료 협상을 한 후 일부 금액을 개인적으로 지원 받는 경우 등을 뽑았다.

또한 △뿌려주기식 용역 확대로 인해 연구 여력이 없는 교수들에게 연구비 지급 △예타기획이나 보고서를 쓸 수 있는 역량이 미비한 중소기업 브로커가 이를 대행해주고 성공보수와 착수보수를 받는 경우 △연구재단 등에서 과제 기획을 할 때 특정 분야 특정 기술을 연구하는 집단의 수요를 받아 과제 제안서 자체를 그 연구실만이 할 수 있도록 작성하도록 하는 경우 △선정 평가를 할 때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입을 맞춰 평가 분위기를 한쪽으로 몰아가는 경우 등도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조 차관은 "개인 의견일 뿐 과기정통부의 공식 의견은 아니다. 자료에 부처 이름도 명기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차관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R&D 카르텔'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웠다.

이날 이 장관은 올해보다 2조4000억원 삭감된 내년도 정부 R&D 예산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구멍을 내면서 과학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하면 집중을 해야 구명을 낼 수 있다"며 "그러지 않고 돋보기를 크게 확대해 종이에 대면 그 부분만 따뜻해지다가 돋보기를 치우면 똑같아 지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내년 예산안 확정으로 삭감된 연구비를 받아야 하는 연구자에게 "연구하시는 분들은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기존 체계에서 다른 체계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작은 고통으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일 내년 정부 R&D 예산이 올해보다 2조8000억원 삭감된 26조5000억원으로 최종 확정된 것과 관련 과학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출연연과학기술인협회총연합회(연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당초 정부안으로 제시됐던 R&D 예산 삭감액이 3조4000억원에서 6000억원이 복원됐지만, 결과 치고는 너무나 초라하다"면서 "현재 수행 중인 과제의 연구비는 과다하게 축소됐고, 심지어 강제적으로 연구를 중단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R&D 과제 수행에 대한 법적 계약을 정부가 파기하는 행위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은 "삭감된 예산의 6분의 1 정도만 복원된 것으로 국가 과학기술의 후퇴를 막을 순 없다"며 "지금이라도 삭감 전 국가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공공연구노조도 "터무니 없이 부족한 규모다. 여전히 큰 폭으로 삭감된 채 확정된 결과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추가 회복과 2025년도부터 완전 복원 및 증액 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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