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우상호’ 노리는 비례 이수진 “尹정부에 브레이크 걸어야”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 통과 보람…노동자 대변 위해 전국 돌아”
“이낙연 신당은 못할 짓…22대 총선, 선거제 유지하고 尹정부 심판해야”
(시사저널=박성의·변문우 기자)
'일 잘하는 이수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의 태블릿 PC에는 이 같은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 의원이 내세우는 본인의 강점이자, 동시에 일 못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디스(diss‧비판)다. 21일 국회에서 만난 이 의원은 "오늘도 새벽 5시30분에 국회로 출근했다"며 "간호 현장에 있을 때보다 더 고되고 피곤하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렇게 해도 지난 4년간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워커홀릭' 이 의원은 이제 비례대표 초선의원이 아닌 지역구 재선의원을 노린다. 그가 도전장을 던진 지역구는 '서울 서대문갑'이다.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로, 이 의원이 30여 년간 간호사로 일했던 세브란스 병원이 이곳에 있다. 민주당 텃밭으로 평가받던 서대문갑이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우세했다. 이 의원은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렸을까. 이 의원을 만나 21대 국회에 대한 소회와 반성문, 22대 국회에 대한 기대와 출사표를 같이 들어봤다.
"尹 거부권 남용 심각…한동훈 비대위? 검찰 공화국"
지난 4년, 21대 국회를 평가한다면.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자기 목소리를 못 내는 취약계층과 사각지대를 대변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됐다. 그런데 국회가 정쟁에 휘말려, 자기 정치하는데 바빠서 충분히 챙길 수 있는 사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노조 활동을 할 때 '워커홀릭'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잠을 못 이룰 때도 많았다. 그런데 국회는 그렇게까지 못하더라."
피로감과 허탈함이 느껴진다.
"양당제가 고착화됐다. 적어도 정치효능감을 20대 국회보다 더 채워줬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노동 운동) 현장에서 했던 역할에 미치지 못했단 생각 때문에 미안하더라. 내가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지난 4년간 노동자를 위해서 있는 힘껏 최선을 다했다. 어디서 '이수진 국회의원 되고 정치놀음하고 왔다' 이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시간 될 때마다 전국을 돌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초선으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을 통과시켰을 때다. 그간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 사각지대에 있었다. 퇴직금과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어디 가서 '가사노동자입니다'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풍토나 정부의 지원도 없었다. 이 문제를 특별법으로 메웠다. 그렇게 법을 통과시킨 날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당시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야 간사한테 화도 많이 냈다. '논의도 안 끝났는데 지역구로 내려가나' '밤새 논의하자' '끝장토론 하자' '우리 사람답게 삽시다'라고. 사실 우리 당이 180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당의 몽니에 부딪혀 보다 많은 민생법안을 챙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여당의 책임도 크지만 민주당은 '거대 야당'이다. 의석수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시민들이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에 도덕성과 유능함을 곱절 이상 요구한다. 그걸 (민주당이) 해내지 못했을 때 국민이 느끼는 실망감이 더 큰 것 같다. 물론 야당이 숫자가 많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무지막지하게 하지 않았나. 3권 분립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차기 총선에서 정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 약속을 안 지키는 정권에 대한 심판이 이번 총선의 의미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을 비롯한 '쌍특검법'이 여야 정쟁의 불쏘시개가 된 모습이다. 여당이 반발하고 있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언급된다.
"윤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 거부권을 남용하는 수준이다. 율사 출신 대통령이지만 사실상 헌법상 가치에 반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결과적으로는 여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레임덕이 아주 빨리 찾아올 수 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국회에서 다들 하는 얘기가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다' '검찰의 캐비닛이 열렸다'고 한다. 영화 《더 킹》과 똑같다. 결국 검찰공화국이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찍소리 못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준석 전 대표도 열심히 뛰고 있던데, 이러다 국민의힘도 분당될 수 있다."
"현행 선거제 유지해야…서대문, 개발‧도시재생 동시 진행할 것"
이낙연 전 대표가 분당을 시사했다. 총선 앞 야권도 분열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화합을 말했는데, 이낙연 전 대표께서 신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건 못할 짓이다. 당에서 누릴 것을 다 누리신 분이다.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 속한 의원 네 분도 과연 원칙과 상식을 잘 지키며 의정 활동을 했는지 의문이다. (이 대표를 비판하는) 그 열정과 볼륨을 정치가 아니라 정책을 위해 사용하셨으면 어땠을까. 물론 동료 의원을 존중하고, 소수파라도 이견을 말할 수 있는 문화는 중요하다. 다만 때가 되면 그 분들도 이대로 산화할 것인지, 정치를 계속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선거제를 두고 민주당 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1대 국회 비례대표로서 어떤 안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나.
"민주당은 국민께 드린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현행 선거제(준연동형)도 부족한 제도지만 우리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 어렵게 통과시킨 법안이다. 선거제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의 선거만으론 평가하기 어렵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계속 논의를 진척해 나가야 한다.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현행 선거제를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찾아갔으면 한다. 하지만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먼저 입장을 세우고 이를 갖고 국민의힘과 협상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긴다면 이를 국민께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서대문갑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역구를 선택한 기준, 이유는 무엇인가.
"32년간 첫 직장 생활을 세브란스 병원에서 했다. 서대문갑 지역구는 내게 친정 같은 곳이다. 처음에는 '지역에 가서 내가 소신껏 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있었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기 위해 출마하는 걸로 비춰지길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지역에 가보니 내가 할 일이 많더라. 서대문의 각종 단체 분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는데 '힘든 우리의 삶을 좀 돌봐주고 얘기도 들어 달라'고 하시더라. 또 현장을 다니면서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을 얘기하시는 시민들을 많이 만났다. '이수진 의원이 서대문갑에 와서 꼭 지역의 현안들을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자주 봐서 반갑다'는 시민 분들을 통해 힘을 많이 얻고 있다."
서대문갑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다만 최근 대선, 지선에선 국민의힘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현장의 여론은 어떤가.
"특히 고가의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부동산 문제였다. 부동산은 선악의 개념이 아닌데,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교통 문제, 상권 침체 문제도 혼재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후된 지역의 도시 재생 사업이나 개발 사업을 같이 진행할 예정이다.
상권 침체는 코로나 이후 계속 이어진 고질적인 문제지만,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금 발걸음을 하며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지역 상인들과 함께 하는 팝업 행사 등을 정기적으로 주관하고 참여해 상권 침체를 해결해나갈 예정이다. 또 서부경전철, 강북횡단선 신설이 조속히 촉구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무악재역 부근 통일로 유턴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청, 서울시경찰청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후로도 정기적으로 이에 대한 해결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후보 개인의 역량이 '안티 민주당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까.
"정치는 구도가 중요하고 넘어서는 게 물론 쉽지 않다. 수도권은 2~3%로 당락이 좌우되는데, 의원 개인 역량이 (지지율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5~10%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제가 채우면 된다. 이수진이 중앙정치만 하고, 말만 앞세우고, 주민들 삶에 대해 목소리를 못 내는 의원이라 생각하신다면 저는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이수진이 노조위원장하면서 힘든 거 버티고, 배짱도 있고, 해야 할 때 본인 역할 하는 의원으로 판단한다면 저는 당선될 수 있을 것이다."
22대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전한다면.
"노동비례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넘어, 민생 문제를 두루 챙기는 국회의원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왔다고 생각한다. 재선이 되어야 21대 때 미처 통과시키지 못 했던 법안들, 정책들을 연속성 있게 끌고 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총선으로 윤석열 정부 실정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주셔야 한다. 언론 장악, 국회에서 정당하게 통과 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이제 이러한 부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도록 투표로 심판해주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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