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통폐합 여진?" 부산시 여평원장 갑질 공방
개인 강의 자료 작성 강요 등 부당 지시 27건 고발
자체 조사 결과 갑질 1건 인정…주의 조치로 징계 없어
기관 측 "갑질 의혹 통폐합 갈등으로부터 비롯돼…사실 아냐"
부산시 산하의 한 공공기관장이 소속 연구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조직 안팎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터져나온 내부 갈등이 확산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22일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연구직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과거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직 직원들은 부산시에 직장내괴롭힘으로 평생교육진흥원장 A씨를 신고했다.
당시 부산시는 산하 공공기관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지난 7월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과 부산연구원으로 통폐합됐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A씨가 직원들에게 개인적으로 대가를 받는 강의와 토론회 등을 위한 자료나 원고를 작성하도록 강요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통폐합 논의 관련해 연구직 직원들을 협박하거나 원하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자신의 사무실에 감금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직은 이를 부산시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지만, 시의 결정에 따라 기관 내에서 자체조사와 징계 절차가 진행됐다.
노무사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 조사 위원회에서 내부 조사가 이뤄진 결과 문제제기 된 갑질 행위 27건 가운데 1건이 직장내괴롭힘으로 인정됐다. 이에 대해 이사회에서 징계 절차를 거쳤으나 '주의(불문)' 조치로 결론이 나면서 A씨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노조 측은 "A씨에게 직접 지시를 받는 부하직원 B씨가 위원회 구성을 맡는 등 기관 자체적으로 조사가 진행됐다"며 "위원회 구성과 징계절차 전반에서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측은 갑질 의혹이 원장 A씨와의 갈등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여평원 관계자는 "여성가족개발원 통폐합과 관련해 연구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장과 갈등이 있었다"며 "부산연구원과 통폐합이 논의되면서 여성가족과 아동청소년 등 연구 분야와 인력 조정에 대한 갈등이 이어지던 중 지난 5월 갑질로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갑질 의혹에 대해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기관장으로서 강의를 제의 받아 자료 작성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지만, 연구자들이 거절해 원장이 직접 작성한 걸로 알고 있다"며 "감금이라고 하는 상황 또한 당시 원장실 문이 열려있었고, 고의적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연구 기능에 대해 일방적인 요구를 고집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신고 내용도 사실과 다른 부분 많아 대부분이 직장내괴롭힘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직 노조와 주장과 달리 조사가 법적 절차에 맞게 진행됐으며 외부 전문가들로만 이뤄져 중립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여평원 관계자는 "노무 법인에 질의한 결과 기관에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고 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했다"며 "고용노동청에서도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가 이뤄졌고, 자체 조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기관장 A씨에 대해 신고된 갑질사례 27건 가운데 1건을 직장내괴롭힘으로 인정해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한 상황이다.
한편 공공기관에서 기관장의 갑질 의혹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부산시가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은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으로, 행정부시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A씨의 갑질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며 개입을 피하고, 지난 9월 해당 기관장의 1년 연임을 결정하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시 사업소나 직속기관이 아닌 출자·출연 기관의 직장내괴롭힘 문제에 대해선 시에 조사 권한이 있는 부서가 없다"며 "감사위원회나 성비위근절추진단의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문제다 보니 자체적으로 외부위원들을 통해 조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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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정혜린 기자 rinpor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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