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라 묶지 마요 … M과 Z 사랑도 달라
동시대 사는 여섯 세대 분석
온라인 소통 익숙해진 Z세대
밀레니얼보다 성생활 소극적
남성 30% 1년간 성관계 안해
사일런트, 베이비붐, X, 밀레니얼, Z, 알파….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6개의 세대로 나뉜다. '제너레이션'은 세계적 사회심리학자인 진 트웬지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 교수가 세대란 무엇이고 세대가 낳는 결과는 무엇인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연구 보고서는 아니다. 다양한 사례와 일화를 중심으로 현존하는 세대 각각의 성장 과정과 사회적 배경, 특징을 집요하게 파헤쳐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러면서 무엇이 세대 간 차이를 초래하는지, 세대 간 차이를 어떻게 발견하고 극복할 것인지 등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100년 전에는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집안일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그만큼 다른 일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간편한 애플리케이션(앱)만 있으면 언제든 먹고 싶은 음식을 집앞으로 배달시킬 수 있고, 퇴근 시간에 맞춰 빨래가 끝나도록 세탁기를 작동시킬 수도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들은 이런 환경을 당연하게 여긴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혁신은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계속해서 바꿔왔다.
역사적 사건도 인식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나의 큰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그 뒤로 일련의 많은 변화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정책이 바뀔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실질적인 생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일례로 9·11 테러 전에는 전 세계를 오가는 항공기나 국제공항의 보안과 안전관리 수준이 지금처럼 강력하지 않았다. 비행기 안에서 담배를 태울 수 있게 재떨이를 준비해 놓았을 정도다. 또 세계대전, 대공황,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굵직한 사건을 직접 겪는 것과 교과서로 전해 듣는 것에도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세대별로 나타나는 인식 변화도 담아냈다. 대표적인 것이 섹스(성관계)다. 사일런트 세대(1925~1945년 출생)에게는 10대에 결혼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결혼 전 섹스는 있을 수 없었다. 이 같은 전통 규범은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로 넘어가면서 조금씩 깨지지만 여전히 금기시됐다. X세대(1965~1979년)에 이르자 결혼과 섹스, 자녀의 순서는 무관하다는 개방적인 사고가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이후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에 이르러서는 결혼 전 성관계를 갖는 데 도덕적 가책을 느끼는 이가 줄었고 평균 결혼 연령도 높아졌다. 하지만 성생활은 X세대보다 오히려 소극적이었다. '슬로 라이프'로 연인과 정착하는 걸 뒤로 미룬 영향이 크다. Z세대(1995~2012년)는 더하다. 미국의 조사기관 제너럴소사이어티서베이(GSS)에 따르면, 18~25세의 Z세대 남성 10명 중 3명은 지난 1년간 성관계를 전혀 갖지 않았는데 이는 같은 연령대의 밀레니얼 세대보다 두 배 많은 수치다. 개인화된 생활과 온라인 중심의 소통 문화가 원인이다. 경기 불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Z세대를 '섹스 침체기'로 표현했다. 밀레니얼 세대에 들어 종교 생활이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전 세계 기업들은 이제 소위 'MZ(밀레니얼+Z) 세대'로 불리는 20·30대에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10·20대로 이뤄진 '잘파(Z+알파) 세대'도 주요 관심사다. 이들이 소비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명품 브랜드들조차도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숏폼(길이가 짧은 동영상)과 같이 젊은 세대가 소통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이들의 취향을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한다. 기업의 성공 여부가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세대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세대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저자는 500페이지가 넘는 활자를 통해 이야기한다. 세대는 나와 다른 타인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도구라고.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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