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부풀려졌다"…'성전환' 주장 전청조, 법정선 여성 수의입어

김도균 기자 2023. 12. 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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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씨(27)가 1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서울송파경찰서는 이날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와 결혼을 발표한 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씨를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사진=뉴스1


'재벌 3세'를 사칭하며 3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청조씨(27)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공범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경호원은 전씨가 재벌 3세라고 믿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씨에 대한 첫 공판을 심리했다. 전씨의 경호실장 역할을 했던 공범 이모씨(26) 역시 구속돼 함께 법정에 섰다.

전씨는 여성 미결수를 상징하는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판사가 피고인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는 여성을 뜻하는 '2'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언급했다.

전씨 변호인은 이날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면서도 "(전씨가) 처음부터 남현희에게 접근, (남씨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려고 한 것은 아니다. 일부 과장된 언론 보도와 유튜버들의 허위 콘텐츠로 피고인의 범행이 대대적으로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전씨와 가족들은 전씨의 행위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나 그 이상 처벌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이 이같이 변론하는 동안 전씨는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며 눈물을 흘렸다.

경호실장 이씨 측은 재벌 3세 행세를 한 전씨의 말을 믿었다는 취지로 공모 혐의를 부인했다. 이로 인해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 신청을 두고 이씨 변호인과 검찰 간에 공방이 오갔다.

양측은 피해자 2명과 전씨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데는 합의했다. 그러나 이씨 측은 전씨의 경호원으로 일했던 7명, 이씨를 전씨에게 소개시켜준 것으로 알려진 대학 교수 등을 증인으로 신문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측은 경호원 7명이 이씨와 근무기간이 겹치지 않았고 대학 교수 등은 사건과는 무관한 이씨의 주변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씨 측이 신청한 증인을 채택할지 검토중이다.

전씨와 이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년 1월15일 낮 2시 같은 법원에서 열린다. 이씨 측 증인이 받아들여질 경우 그 신문은 같은 달 22일 진행된다.

전씨와 이씨는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각각 국내 유명 기업의 숨겨진 후계자와 경호실장 행세를 하며 온라인 부업 세미나 수강생에게 접근, 투자 명목으로 약 27억2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전씨는 재벌 3세 행세를 하며 자신이 호텔·카지노회사인 P그룹 회장 혼외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동일한 수법으로 지인으로부터 약 3억5800만원을 가로챘다. 지난 6월에는 자신이 남성임을 증명할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고 자신의 사진이 부착된 남성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피해자들에게 제시하는 등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 혐의도 받고 있다.

경호실장 이씨는 전씨의 사기 자금 21억원을 송금받아 관리하고 슈퍼카와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자신 명의로 임차해 전씨에게 제공하는 등 범행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그는 피해금 중 약 2억원을 취득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씨 관련 사기 피해자는 32명, 피해액은 36억9000여만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전씨는 지난해 10월 소개팅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남성에게 자신을 승마 선수라고 속인 뒤 임신했으니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며 73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있다.

한편 전씨의 전 연인이자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는 전씨와 사기를 공모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지난달 남씨는 벤틀리 차량 외에 44점의 귀금속, 명품 가방 등을 경찰에 임의제출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일 남씨를 추가로 조사했고 필요하면 앞으로도 몇 번 더 조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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