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너, 동성애 지지했지?”···졸업 예정자 ‘무기정학’ 처분
징계심의위원은 아우팅 유도 질문도
총신대가 학내 인권모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참여한 학부 졸업예정자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모임 성격을 ‘동성애 지지’로 규정해 이 모임에 가입하고 지지 의사를 단체대화방 등에 표시했다는 게 주된 징계 이유다. 지난 2월 학생 6명에 대해 비슷한 이유로 무기정학 등 징계를 내린 데 이은 조치다. ‘양심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와 같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무시한 학교의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총신대는 지난 13일 A씨(25)에 대한 징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의결하고 이튿날인 14일 징계 처분을 통보했다.
총신대가 A씨에게 보낸 징계의결서에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서도 반성하지 않고 본교 이념과 학칙에 위배되는 동성애에 대한 지지의사를 명백히 표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무기정학에 처한다”고 적혀 있다. 학교 측은 소속 학과장 특별지도 3회, 교내 교육 3회, 외부 전문기관 특별교육 10회 이수 명령도 함께 내렸다. 학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바른 성에 대한 교육” 취지라고 했다.
해당 대화방은 총신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성소수자 인권 모임 ‘깡총깡총’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깡총깡총’에 대해 “정식 동아리가 아니며, 현재는 성소수자 이슈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알음알음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한 징계심의위원은 지난 13일 위원회에서 그에게 “(지난 10월) 사실확인소위원회 때 본인이 동성애 행위자는 아니라고 대답했고, 동성애가 신학적으로 죄가 아니라고 말했다”며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하는 거냐, 아니면 동성애 자체를 지지하는 거냐”라고 물었다. 징계심의위는 특정 학생을 거론하며 “이들은 성소수자인 것 같냐 지지자인 것 같냐”고 묻기도 했다. 아우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을 본인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을 유도하는 질문에 그는 “그건 제가 판단할 수 없고 대답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징계심의위에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은 한 개인을 형성하는 정체성이며, 찬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람이 어떤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모두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라 믿는다. 저의 신학적 결론이고 신앙”이라고 밝혔다.
총신대 측에 따르면 A씨에 대한 무기정학 조치는 징계심의위원 9명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앞서 학교는 지난해 2월 재학생 B씨로부터 깡총깡총 카카오톡 대화방에 참여한 학생 명단을 제보받아 조사 및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1년가량 조사한 뒤인 지난 2월 학교는 재학생 6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무기정학 1명, 정학 3개월 2명, 근신 1개월 1명, 경고 2명이었다. A씨는 당시 군 휴학 중이어서 징계를 피했지만 전역 이후 총신대는 그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았다. A씨는 모든 졸업 요건을 마치고 내년 2월 졸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재학생 B씨는 “성소수자 이슈에 관심이 있어 깡총깡총에 들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카카오톡 대화방에 초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A씨의 징계의결서에서 B씨를 ‘공익제보자’로 썼다. 그러면서 “A씨가 공익제보자를 비난하며 동성애 모임 및 그 가입자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고 했다.
김영숙 총신대 학생지도위원장은 “총신대는 세례교인만 받는 학교로 교단의 법에 따라 움직인다”며 “징계는 기독교 정체성과 건학 이념 및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총신대의 ‘대학 학생지도 및 징계에 관한 규정’ 제3조4항은 ‘기독교 신앙인의 미덕에 반하는 행위(음주, 흡연, 동성애 지지 또는 동성애 행위 등)를 한 학생’을 특별지도 또는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2016년 서울퀴어퍼레이드 등에서 ‘깡총깡총’이란 모임의 존재가 알려지자 도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동성애가 죄라는 폐쇄적 입장이 개신교 주류의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학교가 학생들의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적인 교황청도 가톨릭 사제의 동성커플 축복을 허용한 와중에 성소수자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시선으로 일관하는 학교가 안타깝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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