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도시 서울, 파티는 계속된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12. 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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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다고?
별들의 전쟁 … 내년에도 화려한 미술전시 라인업
파스텔 미학 니컬러스 파티
9월 호암서 국내 첫 개인전
갤러리현대는 김창열 회고전
초기작부터 물방울 연작까지
필립 파레노·칸디다 회퍼…
해외 거장들 속속 한국으로
亞여성작가 기획전도 풍성
니컬러스 파티의 몬트리올 미술관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2024년 한국 미술관에서 '별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니컬러스 파티, 필립 파레노, 칸디다 회퍼, 빌 비올라 등 해외 거장과 김창열, 김홍석, 정영선, 아니카 이 등 한국 작가의 야심 찬 전시가 열린다. 올해 시장에서는 찬바람이 쌩쌩 불었지만, 구름 관람객을 끌어모은 미술관의 온도는 유달리 뜨거웠다. 세계적인 '미술 도시'가 된 서울의 전시는 내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전시를 통해 국내 주요 미술관과 화랑이 내년에 특별히 주목하는 화두는 '여성'이다.

올해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백자전, 김환기까지 이어지는 3연타석 홈런으로 역대급 존재감을 보여준 리움·호암미술관은 내년에도 '국가 대표 미술관' 자리를 공고히 한다.

특히 개관 20주년을 맞는 리움에서는 내년 2월 첫 전시로 3개 전시장을 모두 사용해 공감각적 전시 실험으로 유명한 필립 파레노 개인전을 연다. 11년간 야외 조각 공원을 지켜온 리움미술관의 '얼굴' 애니시 커푸어의 '큰 나무와 눈'도 필립 파레노의 새로운 작품으로 대체된다. 9월에는 기술과 생물, 감각을 연결하는 실험적 작업을 전개해온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를 이어간다.

호암미술관은 내년 3월 '여성과 불교전'을 통해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젠더 관점에서 동시대적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전시를 연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해외 미술관이 소장한 불교미술의 명품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9월에는 정물화, 풍경화, 초상화 등을 넘나들며 '파스텔의 마법사'로 불리는 스위스 작가 니컬러스 파티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이 열린다. '초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스타 작가가 방한해 대형 파스텔 벽화 4점을 제작하고 회화, 조각, 리움 고미술 소장품을 망라한 총체적 설치를 선보일 예정이다.

칸디다 회퍼의 'Stiftsbibliothek St.Gallen'

올해는 관장 공석 등의 이유로 존재감이 약했던 국립현대미술관도 다채로운 기획전으로 돌아온다. 이곳이 주목하는 것은 '여성'이다. 내년 4월 서울관에서는 한국 1호 국토개발기술사이자 최초의 여성 조경가 정영선의 반세기에 걸친 작품 세계를 회고하는 개인전을 연다. 그는 조경가의 '예술가적 자질'에 기반한 장소맥락적 연구, 기능과 조형의 조화, 자연계에 내재하는 생태적 질서에 부응하는 방법론으로서의 조경을 시각예술이자 종합과학예술의 한 분야로 정립시킨 작가다.

9월에 서울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아시아 여성 미술가'도 눈길을 끈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아시아 여성 예술을 조망하는 국제기획전이다. 다나카 아쓰코, 사사모토 아키, 인 시우전, 파시타 아바드, 홍이현숙 등 아시아 여성작가 20~30여 명의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이 밖에도 내년 4월 청주관에서는 '인공지능' 기획전을 통해 현대사회의 인공지능을 둘러싼 사회적·문화적 문제를 조망하고 기술과 인간의 공생 가능성 모색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7월 과천관에서는 '퍼포밍 홈: 대안적 삶을 위한 집' 기획전을 통해 200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한국의 주거 건축을 통해 삶의 다양한 공간과 환경을 살펴보며 조병수, 승효상, 최욱 등 20여 명의 작가를 소개한다.

올해를 빛낸 기획전인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속편과 같은 기획도 찾아온다. 내년 5월 과천관에서는 '1960-70년대 구상회화'를 통해 비교적 미술사적으로 소홀히 다뤄진 1960~1970년대 구상회화를 집중 소개한다. 아카데미즘의 초석을 다진 이병규, 도상봉, 김인승을 비롯해 박수근, 황유엽, 박고석, 김태, 김영덕 등을 한자리에 불러모은다.

지난여름 에드워드 호퍼 신드롬을 일으켰던 서울시립미술관은 내년 8월 서소문본관을 비롯해 4개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소장품 주제 기획전 '연결'을 연다. 4월에는 1999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 개인전이 열린다. '하이테크 건축'으로 대표되는 노먼 포스터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기반으로,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담은 철학과 미래 건축에 대한 관점을 소개한다. 12월에는 하와이를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김성환도 개인전을 통해 다중 연구 프로젝트인 '표해록'의 세 번째 신작 비디오 등을 선보인다.

필립 파레노의 베를린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서울은 첫 전시로 오는 2월 위트와 기지가 넘치는 전시를 선보여온 김홍석의 개인전을 연다. 현대사회에 팽배한 이분법적 개념을 비트는 조각, 회화, 설치로 선보인다. 브론즈 혹은 레진으로 제작된 고양이, 손, 신발, 운석 조각 등을 극사실적 작업으로 설치한다. 3월에는 강서경과 김윤신의 개인전이 동시에 개최한다. 올가을 리움미술관 전시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강서경은 개인전에서 회화 언어를 통한 실험을 선보인다. 김윤신은 40여 년의 아르헨티나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터전을 옮겨 작업한 신작 나무조각과 회화를 전시한다.

5월에는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의 개인전을 4년 만에 연다. 팬데믹 기간에 보수 중이던 건축물 및 과거에 작업한 장소를 재방문해 작업한 신작들을 선보임으로써 전 인류적 역경을 회생과 쇄신의 관점에서 다시 재해석한다. 8월에는 마이클 주, 9월에는 함경아가 전시를 이어간다. 11월에는 미디어아트 거장 빌 비올라가 개인전을 통해 공중에 떠 있는 스크린에 투사되는 '흔들리는 산'을 담은 신작을 공개한다. 산을 여리고 불안정한 이미지로 제시함으로써 안정감의 함정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갤러리현대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창열 화백의 작고 3주기를 맞아 회고전을 연다. 초기 추상화를 비롯해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물방울' 연작을 한자리에서 만난다.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김기린,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존 배, 일본 교토에서 활동하고 있는 곽덕준이 갤러리현대와 함께하며,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하는 로투스 로리 강 등의 전시도 이어간다.

가나아트센터는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첫 전시로 로스앤젤레스 주립미술관(LACMA)을 비롯해 하버드대, 다트머스대, 메리워싱턴대 등에서 미국 순회전을 마친 박대성 화백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그 소회를 담은 개인전을 준비한다. 7월 가나아트 뷰잉룸에서는 수안자야 켄컷의 개인전을 열고, 8월 가나아트 나인원은 김호재의 개인전을 연다. 학고재에서는 국내 신진 작가를 알리는 전시를 이어간다. 1월에는 장재민, 3월에는 김재용, 6월에는 로와정의 개인전을 연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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