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최악의 굶주림…유엔 "주민 4분의 1이 기아 상태"

기아 감시 보고서 발표…"아프간·예멘보다도 심각"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참혹한 전쟁터가 된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겪는 굶주림이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유엔이 21일(현지시간) 경고했다.

AP, AFP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유엔은 이날 발표한 기아 감시 보고서에서 10주째 이어진 이스라엘의 폭격과 봉쇄로 가자지구 주민 중 57만명이 기아에 빠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전쟁 이전 가자지구 주민 220만명 중 4분의 1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수치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굶주림을 겪은 아프가니스탄, 예멘보다도 심각한 것이라고 유엔은 보고서에서 진단했다.

또한 유엔이 분류한 기아 위기 단계 IPC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중 79%가 최고 5단계인 '재앙'(Catastrophe) 또는 4단계인 '긴급'(Emergency)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는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면서 "가자에서 벌어지는 것 같은 상황을 결코 본 적이 없다. 특히 두 달 만에 이처럼 급속하게 악화하는 상황은 처음"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지난 10월 7일 개전 이후 10주 넘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식량 유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유엔은 지적했다.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이스라엘은 '피의 보복'을 선언하고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공습과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사실상 점령한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5가구 중 4가구가 수일째 먹을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며, 남부로 떠밀려간 피란민 중에서도 절반가량이 굶주림을 겪는 것으로 유엔은 파악했다.

국제구호 단체인 '기아 대응 행동' 관계자는 "밀가루, 쌀이 동났으며,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몇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이전까지 본 적이 없는 긴급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전쟁 넉 달째가 되는 내년 2월 7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 시점에 주민 전체가 '재앙' 또는 '긴급' 단계가 되는 상황을 뜻한다.

또한 식량 지원과 긴급 구호가 이뤄지지 않으면 2월 7일에는 가자지구 주민 전원이 극심한 식량 부족에 빠질 것이라고 유엔은 우려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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