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천사의 기부'…주민센터앞에 희망편지·저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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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는 아니었겠지만 하루하루 살다 보니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열심히 지내시는 분들께 쓰이면 감사하겠습니다."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중곡3동 주민센터 현관에서 저금통과 함께 발견된 손편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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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 "열심히는 아니었겠지만 하루하루 살다 보니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열심히 지내시는 분들께 쓰이면 감사하겠습니다."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중곡3동 주민센터 현관에서 저금통과 함께 발견된 손편지 내용이다.
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월요일 오전 6시 50분께 청소하시던 분이 현관에서 종량제 비닐봉지를 발견했고, 내용물이 쓰레기가 아닌 것 같다며 센터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들었다"며 "그 안에 편지와 저금통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부자가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해 이날 새벽에 놓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겉봉에 '사랑합니다'라고 인쇄된 봉투에는 2장 분량의 손편지와 함께 현금 10만원이 동봉돼 있었다. 헬멧 모양의 묵직한 저금통에는 천원권과 동전 등 25만6천170원이 들어 있었다. 총 35만원이 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는 자신을 '중곡동에서 살았던 주민'이라고 했다.
그는 "중곡동, 이 동네에서 길지는 않지만 따듯하게 잘 지냈다"며 반지하방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비가 많았던 어느 날은 방으로 스민 빗물 속에 안타까움도 있었고, 추웠던 어떤 날에는 보일러가 망가져서 야속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강하게 따뜻하게 살 수 있어 그 모든 일들이 어떤 하루 같은 추억을 남기는 것 같아 꼭 싫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 동네에서 길지는 않았지만 따듯하게 지낼 수 있었음에, 그리고 비록 초라했을지라도 밝은 꿈을 꾸며 지낼 수 있던 중곡동에 고마움을 나눈다"며 끝을 맺었다.
구 관계자는 "기부자가 한 푼 두 푼 아끼며 모았을 후원금과 정성 들여 쓴 편지를 전해 감동을 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됐다.
prin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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