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테니스코리아 기량발전상 위너 백다연 "이번 시즌은 100점 만점에 100점"
백다연(NH농협은행)이 2023 테니스코리아 어워즈, 기량발전상(Most Improved Player)의 주인공으로 뽑혔다. 백다연 “2023 시즌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면서 그녀가 올해 거둔 성과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3 테니스코리아 어워즈 수상자는 국내 유일 테니스 전문지인 테니스코리아 평가, 지도자 추천 및 자문위원 평가, SNS 팬 투표 등의 종합으로 결정됐다.
백다연의 기량발전상 수상은 당연했다. 2023년 후보로 선정된 제라드 캄파냐 리, 장윤석에 비한다면 성적, 임팩트 등 모든 면에서 백다연이 훨씬 앞섰다. 무엇보다 코리아오픈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를 꺾는 대이변으로 본인의 이름을 테니스 팬들에게 각인시키는데도 성공했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백다연은 2023 테니스코리아 어워즈 기량발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래는 백다연과의 일문일답.
2023 시즌 본인 스스로 점수를 매겨 본다면? 이유는.
100점. 2022년과는 다르게 생각지도 못한 성적을 내면서 빌리진킹컵, 아시안게임, 오스타펜코까지 목표 이상의 성적을 낸 것 같아 스스로 100점이라고 생각한다.
2023 시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너무 많다. 우선 빌리진킹컵 지역 예선을 통과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25년 만에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고 들었다. 올해에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됐는데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했다. 아시안게임도 첫 출전이었고 어려운 상대들을 계속 만났는데 성적까지 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마지막은 코리아오픈 때 오스타펜코 님과 경기한 것이다. 경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배우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승리까지 할 수 있었다. 그 3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 본인 지분이 크다고 생각하는가?
하하. 아니다. 지역 예선 마지막 경기가 인도 전이었다. 그 경기를 승리하면 2등, 패하면 5등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 경기에서 (김)다빈 언니와 (구)연우가 단식을 뛰어 1승1패가 됐고, (최)지희 언니, 다빈 언니가 복식을 뛰어 승리했다. 언니들이 인도전 복식에서 승리한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국내 최정상 선수끼리 훈련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것도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가.
그렇다. 빌리진킹컵,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하는 것은 큰 영광이다. 국가대표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다. 내 커리어에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정작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 브라질 전에서는 단식을 못 뛰었는데.
직전에 끝난 한국선수권 여파가 남아 있었다. 플레이오프 경기 이틀 전에 브라질에 도착했는데 시차가 정반대라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대신 (박)소현이와 연우는 먼저 브라질에 도착해 클레이코트 적응을 하고 있었다. (김정배) 대표팀 감독님께서 고민을 많이 하셨는데, 그래도 소현이와 연우가 단식에 출전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솔직히 조금 아쉽긴 했다.
ITF 영월대회 우승(9월) 후, 당시 현장을 방문했던 스포츠 기자들이 백다연의 백핸드 약점을 지적했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인데.
맞다. 인정한다. 하지만 백핸드 슬라이스샷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백핸드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 자신 있는 슬라이스샷으로 기회를 만드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경기하는 상대도 백핸드 슬라이스샷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을 것이다. 나와 경기할 때 실수도 더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되려 백핸드 슬라이스샷을 더 정교하고 강하게 할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까 오스타펜코 님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오스타펜코와의 경기가 영광스러웠던 것인가? 코리아오픈 대진표를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솔직히 이게 뭐지? 하하하. 2022년 1회전에서 (정)보영이가 오스타펜코와 경기했었다. 그 경기 보면서 되게 부러웠다. ‘나도 센터코트에서 저런 유명한 선수랑 경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내가 2023년 1회전에서 오스타펜코를 만났다. 대진 발표 전에는 장난식으로 “오스타펜코랑 경기하는 것 아니야?”라고 말한 적도 있었는데, 진짜 그렇게 돼서 좋으면서도 긴장도 많이 됐었다.
2023년만큼 해외 시합을 많이 나간 적이 있는가? 체력적인 부담은?
없다. 올해에 가장 많이 해외 시합을 나갔다. 그런데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은 거의 없다. 재미있게 시합 다니고 있다. 음식도 잘 안 가린다. 현지 음식도 맛있게 잘 먹는다.
백다연은 더위를 안 탄다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아니다. 나도 더위 탄다. 더워하는데, 그것을 좋아한다. 나만 더운 것도 아니고, 상대도 같이 더워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더 힘이 난다. (상대가) 너무 힘들어 하니까. 그런 것을 보면 뭔가 더 집중해서 시합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지난 5월, ITF 농협챌린저 시합 중에 상대 선수를 응급실로 실려 보내며 ‘좀비 테니스’ 별명을 얻었다. 지금도 그 별명에 만족하는지.
그렇다. 재미있다. 랠리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2023년 좋은 소식들이 더 많았지만, 정작 ITF 국제대회에서는 가장 낮은 등급의 W15K 등급 2개 대회(ITF 삿포로, ITF 영월)에서만 우승했었다. 백다연에 대한 기대치에 비해 높은 급수 대회의 성적은 아쉬운 편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그래도 랭킹이 조금 올라왔다. 이번 인터뷰 직전, 호주에서 W60K 2개 대회(ITF 브리즈번, ITF 골드코스트)를 뛰고 왔다. 내년에는 조금 더 높은 등급 대회 위주로만 출전할 것 같다.
테니스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1~2학년 때는 탁구 선수였다. 그런데 2학년 때부터 기숙사 생활하면서 엄마랑 떨어져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주말마다 엄마 붙잡고 울고 하다 보니까 엄마가 안쓰러웠는지 집 주변의 다른 운동을 찾아봤다. 그러다 3학년때부터 테니스 선수가 됐다.
감사한 분들은.
테니스를 처음 접할 때 신갈초등학교 송승건 선생님께 정말 재미있게 기초를 배웠다. 그리고 중학교 올라오면서 박정은 선생님께 배우면서 단식에서 처음 우승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단식 첫 우승을 시작으로 많은 경험을 하며 성장한 것 같다. 박정은 선생님을 만나 너무 감사하다. 중앙여고 최준철 선생님, 김종명 선생님, 전다원 선생님께도 모두 감사하다. 중앙여고는 선수들이 많아 서로 경쟁하며 크다 보니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진학했던 곳마다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재미있게 많이 배운 것 같다. 현재 NH농협은행 김동현 감독님과 좋은 선배 언니들을 만나 여전히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아 지금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형제 자매가 많은 것 같던데.
5남매 중 넷째다. 시합에서 질 때마다 가족 단톡방에 모두가 수고했다면서 위로를 많이 해줘서 항상 힘이 난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아침마다 엄마가 기도해주시면서 성경 구절을 보내주신다. 힘도 많이 나고, 경기하면서 믿음과 자신감이 생긴다. 가족한테 모두 너무 고맙다.
하루 일과에서 운동 끝나면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피아노도 좋아해서 혼자 방에서 피아노 치기도 한다. 나중에 시간 되면 피아노도 배우고 싶다. 서핑도 하고 싶고, 드럼도 배워보고 싶다. 예체능 쪽을 좋아한다.
이런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혹은 본인이 불리고 싶은 별명은?
즐길 줄 아는 선수가 되고 싶다. 재미있게 운동하는 것도 그렇고 시합도 많이 이겨서 더 즐기고 싶다. 불리고 싶은 별명은 벽다연이다. 하하하.
2024년 목표는?
높은 등급 대회 뛰면서 랭킹을 더 높이고 싶다. 200위권까지는 올라서고 싶다.
이름_백다연(Back Dayeon)
생년월일_2002년 1월 24일
키_168cm
플레이스타일_오른손잡이/양손백핸드
현재랭킹_WTA 458위(2023년 12월 11일 기준)
최고랭킹_WTA 457위(2023년 12월 4일)
2023년 주요 성적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복식 동메달
빌리진킹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하트어워드상 수상
ITF 국제대회 2회 우승(W15 삿포로, W15 영월)
[본 인터뷰는 테니스코리아 2024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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