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태원특별법’ 김진표 의장 중재안도 ‘거부’ 기류
결렬 땐 민주당 단독 처리…윤 대통령 ‘거부권’ 전망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특검임명 요청권 조항 삭제와 총선 후 법시행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냈지만 국민의힘은 22일 거부 의사를 밝혔다. 중재안은 국민의힘이 비판해온 특검임명 요청권 조항을 뺐지만 보상에 초점을 맞춘 자신들의 특별법이 “유족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이 12월 임시국회 내 처리 의사를 밝힌 만큼 여야의 극적타결이 없을 경우 야당이 이르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유족은 “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될 한동훈 전 장관과도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장 중재안에 대해 “여야 간에 이태원특별법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우리 당은 유족 피해자 지원에 중점을 둔 (자체) 특별법을 발의했다. 그게 유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 중재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반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특검 관련된 부분은 여당하고 협의 과정에서도 삭제할 수 있다고 이미 입장을 전달했다”며 중재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김 의장 요청으로 비공개 면담을 했지만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야당이 발의한 이태원특별법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했다. 김 의장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김 의장은 본회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유가족들이 엄동설한에 오체투지를 벌이는 등 연내 여야 합의 처리를 절박하게 호소하는 데 따라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4월 발의한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6월30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숙려기간인 180일을 채운 내년 1월28일 이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야당안은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고, 특검이 필요할 경우 특조위가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여당안은 피해지원심의위원회가 피해 지원을 위한 조사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이 있다고 규정했다. 보상 및 지원 측면에서 피해자 지원 심의위를 설치하고 일상회복을 지원하는 내용은 여당과 야당안이 큰 틀에서 유사하다. 김 의장 중재안은 특조위 구성을 전제로,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특검임명 요청권 조항을 삭제하고 법 시행 시기를 내년 총선 이후로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중재안을 거부한 국민의힘에 “절망적”이라고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18일부터 눈이 쌓인 국회 주변에서 온몸으로 큰절을 하는 ‘오체투지’를 하며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합의를 위해 의장이 중재안도 제안했는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받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절망적”이라며 “새로 취임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대화 시도도 해볼 것이다. 여당으로서 대승적으로 봐달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김 의장과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 수정안을 놓고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게 첫번째이고 국민의힘이 전혀 협의할 생각이 없다면 28일에 처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장도 전날 “의장으로서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며 내년 1월9일까지인 12월 임시국회 전에는 매듭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이 단독으로 특별법으로 처리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사 항쟁할 것”이라며 “특별법 때문에 1년을 그렇게 버텨왔는데 거부한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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