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파리의 헌책방엔 희귀서 낚던 사냥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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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리에 떨어진 책조차 주워갈 이가 없지만, 한때 책이 융성하던 시대가 있었다.
파리에서 책사냥에 가장 좋은 시간은 이른 아침.
이들이 아마추어 책 사냥꾼을 허탕 치게 만드는 주범이다.
삽화가 들어간 책을 다룬 4장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나 등이 그린 책 삽화에 관한 사연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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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리에 떨어진 책조차 주워갈 이가 없지만, 한때 책이 융성하던 시대가 있었다. 왕족과 성직자마저 희귀한 책을 탐내서 훔치던 시대가 있었다. 스코틀랜드 시인·소설가·문학평론가 앤드루 랭과 영국 시인이자 전기 작가 헨리 오스틴 돕슨이 쓴 이 책은 '책 도둑이 활개를 치던 아름다운 시절'을 향해 시간여행을 떠난다.
19세기 후반에는 특히 먼지투성이 헌책방을 헤집고 다니는 이들이 있었다. 필경과 인쇄, 책의 장정은 파리에서 고도로 발달해 매혹적인 장서가 탄생했다. 단테는 "파리에서 빛을 발한다고 일컬어지는 예술"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책벌레' '책 사냥꾼'으로 알려진 애서가들은 책을 찾아다니는 과정의 즐거움을 만끽했지만, 이 취미는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상당히 괜찮은 투자이기도 했다.
초보자들은 1635년판 '카이사르'에 큰돈을 치르는 실수를 하기 쉬웠지만, 이 책은 쪽 매김에 실수가 '없는' 판본이었으므로 투자 가치가 적었다. 책 수집은 낚시와 닮았다. 강변을 거닐듯 런던과 파리 거리를 소요하다 위풍당당한 고서점에서 낚싯대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대박'은 눈에 띄지 않는 연못 같은 서점에서 나온다. 엘제비어판이나 옛 프랑스 희곡, 왕정복고 시대의 희극을 낚을 기회가 온다. 수십 배가 오를 희귀본들이다. 파리에서 책사냥에 가장 좋은 시간은 이른 아침. 오전 7시 반에서 9시 반에 고서적 노점상들은 새 책을 꺼내 진열한다. 고서적상의 대리인들은 노점을 찾아 싹쓸이를 한다. 이들이 아마추어 책 사냥꾼을 허탕 치게 만드는 주범이다. 시기적으로는 8월이다.
애서가와 책 수집가의 사연에 이어 유물로서 가치가 높은 책,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인 필사본을 수집하는 이들의 지혜도 만난다. 중세의 서체나 책장 차례의 순서, 낙장을 조사하는 방법 등이다. 삽화가 들어간 책을 다룬 4장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나 등이 그린 책 삽화에 관한 사연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꿈꾼 건 한 가지였다. 세상의 진귀한 책들을 한데 모아둔 자신만의 도서관이다. 이 유쾌한 모험담을 만나면서, 한 가지 사실도 알게 된다. 이 지독한 애서가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접하는 책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을.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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