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태우자마자 '쿵'…수원역 버스환승센터 '아수라장' [현장, 그곳&]
“5초 만에 ‘쿵’하는 소리와 함께 사고가 났어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아수라장이었습니다”
22일 오후 2시20분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수원역 환승센터. 시내버스가 다수의 시민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 이곳은 처참했다.
사고가 난 30-1번 버스는 버스 정류장과 환승센터 기둥을 들이받은 상태로 앞유리는 뻥 뚫려 금이 가 있었고, 떨어져 나온 유리 조각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부서진 인도 벽돌과 철근 등은 버스 하부를 관통한 모습이었다. 버스가 들이받은 ‘12번 버스 정류장’ 표지판은 너덜너덜하게 부서졌다. 백화점을 이용하거나 버스를 타기 위해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이곳을 지켜봤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을 몰리는 사람들과 오고가는 버스를 통제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당시 버스에 타고 있었던 정모씨(60)는 “아내랑 화성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탄 후 뒷문 쪽에 앉았다”며 “버스가 출발한지 5초 만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가 기둥을 들이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스가 급정거 하면서 충격으로 버스 바닥에 고꾸라졌고 아내는 봉에 얼굴을 들이받았다”며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인도 위로 올라와 있었고 버스 앞쪽의 부상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후 이곳에 도착했다는 주혜지씨는 “쇼핑몰에서 나와 집에 가려고 환승센터에 갔는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떨고 있었다”며 “바닥엔 피가 보였고, 버스는 다 부서진 채로 있었다. 누군가 깔려 있는 듯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왜 사고가 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평소에 다니는 이곳에서 큰 사고가 났다는 게 너무 무섭다”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사고는 오후 1시26분께 수원역 권선구 세화로 수원역 환승센터에서 30-1번 버스가 12번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들을 탑승시킨 뒤 출발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버스는 정류장으로부터 2~3m 떨어진 기둥을 들이받은 뒤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위로 올라왔다. 이 사고로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B씨(77·여)가 버스에 깔려 사망했다. 또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했던 행인 2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버스기사와 승객을 포함한 1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경찰은 버스 블랙박스 영상과 수원역 환승센터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SNS를 중심으로 추운 날씨로 생긴 빙판길이 사고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확산되기도 했지만, 현장에 빙판길은 없었다. 운전 당시 버스기사는 음주운전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우 수원서부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정확한 사고 원인은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해 파악할 예정”이라며 “현재 버스기사는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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