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틀린 이스라엘 정보...전신마비라던 ‘하마스 유령’ 걷고 있었다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2023. 12. 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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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지휘관 데이프에 7번 공격...
自力 거동 못하는 마비” 추정
최근 의족 없이 걷는 영상 나와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 지구 군사작전을 통해, 테러집단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총지휘관 모하메드[무함마드] 데이프가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두 다리로 걷고 두 팔을 사용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마리브(Maariv)가 20일 보도했다.

그동안 이스라엘 군ㆍ정보기관은 데이프(58)에 대한 “수차례 살해 공격을 받아 두 다리와 한쪽 팔을 잃고 거의 전신 마비가 돼 휠체어로 생활한다”고 판단해 왔었다.

그러나 마리브 지는 이스라엘군이 최근 작전에서 입수한 영상을 보면, “데이프가 약간 절기는 했으나 두 다리로 걷고 두 손을 다 사용하고 있었다”며 “휠체어나 의족을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마리브는 또 다른 영상에서는 데이프가 “똑바로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데이프는 가자 지구의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61)와 더불어, 1200여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살해한 10월7일 기습 테러 작전의 최고 책임자다. 신와르가 총기획을 맡고, 데이프가 이끄는 알-카삼 여단이 이를 집행했다. 이스라엘군이 최근 신와르와 데이프의 소재를 알려주는 사람에게는 각각 40만 달러와 10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할 정도로, 두 사람은 이스라엘군이 반드시 잡아야 하는 몇 안 되는 하마스 최고 수뇌부 인물들이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데이프의 이 영상이 입수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 정부는 그가 24시간 풀타임 케어(full-time care)를 받아야 하며 신체적 장애로 인해 구급차로 이동하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이 같은 분석 착오에 대한 책임도 밝혀야 한다”고 보도했다.

촬영 시기를 알 수 없는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총지휘관 무함마드 데이프. /AFP 연합뉴스

데이프의 본명은 무함마드 디아브 알-나스리. 가자의 이슬람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한동안 희극 극단에서 생활을 했다. 그래서 폭탄 제조 지식과 변장술에 능해, ‘유령’으로 불리며 이스라엘 군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또 머무는 곳을 계속 옮겨 다녀, 하마스 내 군 암호명인 ‘데이프(아랍어로 ‘손님’이란 뜻)’가 붙었다.

데이프는 하마스의 다른 지도부 인물들과는 달리, 은둔 생활을 해서 사진이나 영상 자료가 매우 드물다. 젊은 시절과 시기도 알 수 없는 빛바랜 사진 몇 장이 전부다. 수많은 하마스 대원을 인터뷰했던 이스라엘 언론인 쉴로미 엘다르는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신베트(대테러 첩보기관)가 길거리에서 그를 마주쳐도, 모르고 지나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테러가 성공한 뒤, 데이프는 자신의 윤곽만 나오는 동영상에서 미리 녹음한 육성으로 “우리 민족에 대한 지속적인 범죄와 점령, 국제법을 무시한 미국과 서방의 이스라엘 지원 등 모든 것에 종지부를 찍는다. 이제 적들은 더 이상 뻔뻔스럽게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알-카삼 여단을 이끌어온 데이프는 이스라엘과의 일체 협상을 거부한 무력 투쟁 일변도의 인물이다. 이스라엘군과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의 또 따른 정파인 파타(Fatah)와의 국제 합의에 따라 2005년 가자 지구에서 철수했을 때, 데이프는 “오늘 당신들은 지옥을 떠나지만, 내일 팔레스타인 전(全)지역이 당신들에게 지옥이 될 것을 약속한다”는 성명을 냈다.

무함마드 데이프

아마추어급 테러를 저지르던 하마스 군사조직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자살폭탄 테러를 도입하고, 이스라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전력을 갖추게 한 것이 데이프였다.

당연히 이스라엘은 7차례에 걸쳐 그를 살해하려고 했다. 2001년에 이어 2002년에도 이스라엘 헬기가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가자 시티를 달리던 그의 차량을 공격했다. 경호원 2명이 죽었지만 그는 기어 나왔다. 그때 한쪽 눈과 한쪽 팔,다리를 잃은 것으로 분석됐다.

시기 불상의 무함마드 데이프

또 2006년 데이프가 이슬람 대학을 방문했을 때에도, F-16 전투기가 1톤짜리 폭탄을 떨어뜨렸다.데이프는 두개골에 파편이 박히고 이집트에서 3개월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알-카삼 여단의 총지휘관 직도 내려놓아야 했다. 그때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이후 데이프가 매일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봤다.

이 시기, 하마스는 지금의 무력투쟁 일변도가 아닌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꾀하는 지도부가 장악했다. 경쟁 정파인 파타로부터 가자 지구를 빼앗은 하마스 지도층은 벤츠를 타고 다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데이프의 뒤를 이어 알-카삼 여단 총지휘관이 된 아흐메드 자바리의 기아 자동차를 파괴하면서 데이프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데이프는 현재 이스라엘군 작전의 중심지가 된 가자 남부의 도시 칸 유니스 출신이다. 이곳의 난민촌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이스라엘이 건국한 뒤 이집트ㆍ요르단ㆍ시리아ㆍ이라크ㆍ레바논ㆍ사우디 등 7개 아랍연맹 국가들과 치른 첫 중동전에서 승리했을 때, 팔레스타인 고향에서 쫓겨난 난민 70만 명이 모인 곳이었다.

칸 유니스는 팔레스타인의 테러범, 혁명가를 배출하기에 적합한 곳이 됐다. 데이프는 이스라엘군이 쫓고 있는 야히야 신와르, 지금은 하마스의 라이벌 조직이 된 파타(Fatah)의 보안 정보 책임자 무함마드 다흘란과는 서로 수m 떨어진 이곳 난민촌 이웃으로, 어려서 함께 자라며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운동에 가담하게 됐다.

일부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데이프의 최신 건강 상태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즉 데이프의 ‘신체 마비’ 상태는 2005년 당시 신베트 수장이었던 아비 디흐터(현 농업지역개발부 장관)이 발표한 것이고, 이후 데이프의 상태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의 가자 침공으로 2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엔 이스라엘군이 지금까지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약 7000명의 하마스 대원이 포함된 숫자다. 하마스 보건부의 사상자 집계는 일반 민간인과 무장대원을 구분하지 않는다. 10월7일 기습 테러 전 하마스 대원의 규모는 3만5000명~4만 명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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