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반감기와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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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반감기(半減期·half-life)란 어떤 물질의 양이 초기값의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예컨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절반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식의 반감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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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반감기(半減期·half-life)란 어떤 물질의 양이 초기값의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원래는 방사성 붕괴를 설명하는 개념이었으나, 현재는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쓰인다. 예컨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절반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식의 반감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감기라는 용어를 정립한 인물은 영국의 어니스트 러더퍼드(1871~1937)다. 우라늄이나 토륨 등이 방사성 붕괴를 통해 다른 중간 원소로 전환되는 과정을 연구하다가, 일정 양의 절반이 붕괴되는 시간이 일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더퍼드는 반감기를 이용해 지구의 연대를 측정했고, 이는 성경을 기준으로 주장됐던 지구 나이 6,000년설의 허구성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러더퍼드는 190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반감기 개념은 의료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특히 원자번호가 43이며, 방사성 동위원소 중 하나인 ‘테크네튬(Tc)-99m’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 원소가 지나간 궤적을 통해 심장 등 우리 몸의 장기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를 확인한다. 테크네튬을 사용하는 이유는 원자번호가 낮은데도 특이하게 반감기가 짧기 때문이다. 반감기가 약 6시간으로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에 비해 짧고, 방출하는 감마선의 세기도 약해 인체에 거의 무해하다.
□올 4분기 이후에는 엉뚱한 반감기가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의 반감기다. 비트코인은 블록당 채굴 보상이 평균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구조인데, 내년 4월이나 5월께 새 반감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2020년 5월 세 번째 반감기를 거치며 블록당 보상이 6.25개로 감소한 상태인데, 내년 중반 이후에는 보상규모가 3.125개로 줄어드는 것이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공급이 줄면 가격이 상승압력을 받는 것처럼,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들썩이는 것도 네 번째 반감기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과 맞물리며 연말이나 내년 초 암호화폐 큰 장이 설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고 있는데, 한편에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한 번의 투기광풍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큰 장을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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