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아닌 체코 프라하 한복판에서 총기 난사로 14명 사망

체코 언론 "체코 역사상 최악의 집단 살인사건"…경찰 "범인, 총기 합법적 소유자"

체코 수도 프라하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카를교 근처에 위치한 카렐대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4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당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각) 체코 현지 매체 <리도베 노비니>는 이날 오후 3시경 24세의 데이비드 코작이 소총과 다른 무기들을 들고 카렐대학교 인문학부 건물 4층으로 가서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후 현장에서 무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코작의 범행 동기를 비롯해 총기를 어떻게 입수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현장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이후 수사에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체에 따르면 마르틴 본드라셰크 체코 경찰청장은 코작이 "아무런 연관도 없이 무작위로 피해자들을 선택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동기를 아직 명확히 찾아내지 못한 셈인데, 그는 러시아에서 발생했던 살인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매체는 코작이 본인의 텔레그램 계정에 "최근 러시아 브랸스크시의 한 학교에서 14세 소녀가 두 명을 살해한 것을 언급했다"며 도움이 됐다는 식의 메시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주 15일 프라하 인근에서 30대 남성과 그의 두 달된 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번 총기난사와 이 사건이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본드라셰크 경찰청장은 사건이 이어지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코작의 아버지가 이날 오전 숨진 채로 발견된 것도 코작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프라하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코작이 총기와 탄약을 챙겨 아버지를 살해하고 이후 오후에 프라하로 들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가 총기를 입수하게 된 과정에 대해 본드라셰크 경찰청장은 "우리는 그가 몇몇 화기의 합법적인 소유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과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어 코작의 공범이 존재한다는 징후는 없다고 덧붙였다.

오후 시간의 갑작스런 총격에 학교 내부에 있던 구성원들은 한동안 학교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영국 방송 BBC는 세르게이 메드베데프 카렐대 교수가 총격이 시작될 때 본인은 학교 강당의 강의실에서 강의 중이었다면서, 특수 요원들이 강의실에 들어와 조사를 실시한 뒤 강의실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1시간 뒤에 강당 내부에 있는 인원에 대한 수색이 마무리된 뒤에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가 위치한 곳이 프라하 구시가지의 중심가이기 때문에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았다. 미국 관광객인 한나 말리콧은 방송에 "두 번째 총성이 들리고,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폭죽이나 자동차 소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광장에 총알이 떨어지는 것이 발견되면서 해당 지역이 봉쇄됐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번 사건을 국가적 비극으로 애도한다면서 23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체코 매체는 "체코 역사상 최대의 집단 살인사건"이라고 이번 사건을 규정하기도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여러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무차별적인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며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연대의 뜻을 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총격의 대상이 프라하의 대학이라는 소식이 매우 충격"이라며 "희생자와 부상자들에게 연대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21일(현지시각) 체코 수도 프라하 카렐대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구급차가 사건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