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진심을 담아 중남미로 보낸 500통의 손글씨 엽서
[꼬레아란디아 장경인 대표] 누구나 일생일대의 꿈으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행지가 있다. 누군가에겐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이 그 꿈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국여행을 꿈꾸며 매일매일을 온라인으로 K-콘텐츠를 보며 한국여행을 꿈꾸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중남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꼬레아란디아는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 플랫폼 스타업이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국가는 전 세계 21개국가로 스페인과 아프리카의 적도기니, 중남미 19개국이다. 약 6억명이 사용한다.
스페인어 관광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항상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 한국에 오시는 관광객은 어떻게든 한국의 다양한 가치를 보여드리고 맛있는 한식도 대접해드릴수 있는데, 아직 한국까지 올 경제력이 안 되는, 하지만 한국을 뜨겁게 사랑하는 저 멀리 중남미에 계신 분들을 위해 우리가 과면 뭘 할 수 있을까? 였다.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나의 서랍속에 고이 모셔 둔 보물창고, 엽서 보관 상자이다. 대학생 시절 세계일주를 할 때 길에서 만난 분들의 주소를 손바닥만한 메모장에 적어뒀다가 나라를 옮겨가며 여행하면서 서프라이즈로 엽서를 보내주곤 했다. 다들 너무 좋아해주셔서 이젠 그게 내 지인들 사이에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친구들도 해외여행을 하면 그때마다 여행지에서 내게 엽서를 보내준다. 그 엽서를 모아둔 자그마한 통이 내가 가끔 지치거나 힘들 때 꺼내서 읽어보고 ‘찐 힐링’을 얻는 내게는 너무 소중한 보물상자다.
한국에서 중남미로 손글씨로 엽서를 써서 보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고, 인스타그램에 한국에서 엽서를 보내드려요! 라고 피드를 하나 업로드 했는데 세상에 만상에 단 5일만에 무려 23개국에서 500명이 신청을 했다.
그런데 또 너무 스윗한 게 신청자들 중 어떤 분은 ‘저는 엄마인데 제 딸아이가 K-팝을 너무 좋아해요, 혹시 저 대신 제 딸아이 이름으로 보내주실 수 있나요?’ 또 어떤 분은 ‘제가 한국어를 3년째 배우고 있는데 혹시 제 엽서는 한국어로 써 주실 수 있나요?’ 이렇게 요청해주시고, 또 다른 분은 여자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서프라이즈로 선물하고 싶다고 여자친구 이름으로 신청해주기도 했다.
또 엘살바도르의 한 소녀는 ‘아? 한국엽서? 그러면 한국에서 메일로 엽서를 보내주나요?’ 라고 묻기에 ‘그게 아니라 한국에서 실물 엽서 그러니까 손글씨로 적은 작은 종이가 가는 거예요’ 라고 했더니 ‘Wow nice! 근데 저는 혹시 실물엽서 대신 메일로 보내주실수 있나요? 제가 앞을 못봐서요. 메일로 보내주면 오디오로 전환해서 들을수 있어요’라고. 그래서 ‘당연하죠!’ 라고 대답하고 그냥 개인번호를 교환하고 왓츠앱 보이스 메시지로 대화를 나눴는데 세상에! 이 친구가 앞을 못 보는데 태권도도 배우고 심지어 책을 썼다고 한다. 서프라이즈를 해주려다가 내가 더 감동을 받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주소를 쓸 줄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니카라과 어떤 분은 주소를 ‘동사무소에서 20m 직진해서 오른쪽으로 꺾은 초록색건물이 있는데 그 초록색 건물에 파란색 문이 저희 집이에요.’ 이렇게 썼기에 왓???하고 봤더니 니카라과 분들은 주소를 다 그렇게 썼더라는 그게 그분들 시스템이었던 것.
그래도 애매한 경우 주소 확인차 구글맵에 신청자분 주소를 검색해보았는데 요즘은 스트릿뷰를 다 볼 수 있어, 그 사람이 사는 집 색깔 이런 걸 다 볼 수 있었다. 아 이 길을 매일 지나다니시겠구나. 아 이 집에서 한국을 동경하며 K-팝 음악을 듣는구나. 하고 연상이 됐다.
푸에리토리코에서 신청해주신 분 집앞 풍경은 마치 천국 같았다. 내가 이런 곳에 산다면 한국드라마 안 보고 하루종일 바다만 쳐다볼 것 같은데……. 한국을 사랑해 주신다니 너무 감사하지 않은가?
사실 주소 이름 이런 게 개인정보라고 공유를 꺼려 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엽서를 너무 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 혹시라도 안 보내줄까 봐 먼저 나서서 자기소개를 막 하는 분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어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0000입니다. 아직 경제력이 안 되어서 한국여행은 못 가는데 한국의 한 조각을 제 손으로 받아 볼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꼭 부탁드려요. 🥺🥺💜
이렇게 한 분, 한 분 마음이 다 느껴지다보니, 신청을 받은 그분들 인스타 계정을 다 들어가보고 첫 150장은 개개인 관심사를 반영해서 엽서 한 장, 한 장 맞춤형으로 정말 진심을 담아서 썼다.
또 엽서에 한국의 미를 담은 기념우표를 붙였는데 세상에나 떡볶이와 순대 우표라니 이렇게 깨알 같은 기념우표를 발행해주시는 대한민국 우정사업본부가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말이 500장이지 하루에 한 50장 정도 쓰면 힘든 감정이 올라오더라. 그럴 땐 멈췄다가 다음날 다시 쓰고 그랬다. 한 장이라도 소홀하게 쓰고 싶지 않아서다.
이분들과 내가 일면식이 없다뿐이지 한 명, 한 명 다 사연이 있고 한국을 너무나 사랑하는 실존하는 인물이니까. 그래서 엽서 내용도 회사홍보가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서 내 마음을 적어 보냈다. 한국을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에게 보내는 한국의 한 자그마한 종이조각이 여러분 인생에 더 많은 따뜻한 서프라이즈를 가져오길 바라며, 여기 한국인 친구가 이제 한 명 있으니 언제든 편한 마음으로 한국에 놀러오시라고.
12월 초에 보냈으니 빠르면 다음 주 늦어도 1월 중에는 아마 스페인과 중남미 전역에 엽서들이 하나씩 도착할 것 같다. 벌써부터 매일 우편함을 열어보며 엽서만 기다리고 있다는 댓글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한국을 뜨겁게 사랑하는 그분들의 마음을 알기에 엽서를 받은 후 보내주실 인증샷과 댓글에 담겨있을 그분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해 들을 생각에 잔뜩 기대가 된다.
이번 연말은 내게도 평생 기억될 시간이 될 것 같다.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그분들에게 작지만 오래도록 기억될 따뜻한 선물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장경인 꼬레아란디아 대표. 대학 때 떠난 세계일주 배낭여행에서 중남미 분들과 좋은 기억이 많아 스페인어 학습을 시작했다. 한국을 사랑하고 여행오고 싶은 이들이 너무 고맙고 무엇이든 잘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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