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안했는데 선거 나온다"…최정우 회장 '3연임 도전' 전말
"경영 성과 충분하고 공정성 논란도 피해"…'정부와 불편' CEO 리스크에 3연임 성공 미지수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내년 3월 두번째 임기 만료를 앞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005490) 회장이 3연임 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연임 도전 무대에 서게 됐다. 이른바 '셀프 연임' 등 특혜 소지도 사라진 만큼 다른 후보들과 동일한 선상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정권과의 갈등 같은 경영 외적 요인들까지 변수로 등장한 상황이어서 최종 후보로 낙점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침묵 지키는 최정우…거취 표명은 없을 듯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안 개편에 따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CEO 후보군에 포함되는 길을 택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간 내부 사규에 따라 현직 회장이 임기 만료 90일 전 연임 또는 퇴임 의사를 밝혀야 했지만,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19일 이사회를 통해 규정을 개선해 현직 회장의 의사 표명 여부와 상관없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가동된다.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단독으로 우선 심사를 받아온 제도 역시 사라졌다.
이에 따라 최 회장도 굳이 3연임 도전 의사를 밝힐 필요가 없어졌다.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에서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운영을 의결한 만큼 그가 연임 의지를 밝히는 것이 오히려 공정성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른 후보들과 동등하게 심사를 받도록 한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이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에 명분을 쌓아준 셈이다.
업계에선 포스코그룹의 그동안 경영 성과 등 객관적 지표로 보면 최 회장이 적어도 '후보군'에는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들이 상당하다. 최 회장은 내년 3월이면 처음으로 임기를 완주하는 회장으로 기록된다.
최 회장 자신도 이미 그런 자신감을 나타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자사주 3억어치를 매입하는가 하면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소를 참배하는 등 간접적으로 '연임 도전'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제 차기 회장 선출의 공은 포스코홀딩스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추위로 넘어갔다. 전날 이사회에서 후추위 운영이 의결된 후 포스코홀딩스는 내년 3월 선임할 차기 회장에 대한 인선절차에 착수했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의장인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후추위원장을 맡는다. 위원으로는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비상임 이사장, 권태균 전 법무법인 율촌 비상근고문, 엔젤식스플러스의 유진녕 공동대표, 손성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김준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다. 최 회장 임명 전 선임된 사외이사는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의 김성진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가 유일하다.
여기에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을 통해 외부 저명 인사로 구성된 회장 후보인선자문단도 신설한다. 차기 회장의 적격성 여부를 공정하게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문단으로, 정치적인 외풍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회장 특혜 없앤 포스코그룹…후추위 결정 촉각
포스코그룹이 현직 회장에 대한 '셀프 연임' 특혜를 없앤 만큼 후추위의 결정에 촉각에 쏠린다. 후추위는 전날 첫번째 회의에서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을 확정했다. 내년 1월 초 후보 추천을 완료하고 1월 중순 전 회장 후보 기본자격 및 평가 등을 거쳐 내부·외부 롱 리스트 후보군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후 회장후보인선자문단의 평가 결과를 참고해 1월 말에는 숏리스트로 후보군을 압축한 뒤 내년 2월 파이널 리스트를 구성한다. 끝으로 심층 면접을 통해 2월 중순쯤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후추위는 회장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임원진과 외부로는 주요 주주로부터 다양한 후보를 추천 받을 예정이다. 기본 자격 요건은 경영역량·산업전문성·글로벌 역량·리더십·정직성/윤리 등 5가지다. 5년 5개월 동안 포스코그룹의 회장직을 수행해온 최 회장은 유리한 고지에 있다.
문제는 최 회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 순위 5위의 대기업집단을 이끌고 있으면서도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해외순방 등 대통령 행사에 한번도 초청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중도하차설 등에 시달리기도 했다.
업계에선 아직까지 이런 분위기가 풀렸다는 시그널이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같은 소유분산 기업인 KT도 대표이사 선출 과정에서 정부와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6.71%의 지분율을 보유한 최대 주주로 포스코홀딩스 역시 KT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KT 이사회가 지난해 말 구현모 전 대표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한 뒤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자 국민연금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대했고, 결국 구 전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다.
물론 포스코홀딩스의 상황은 좀 더 낫다. '셀프 연임' 폐지 등으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다만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지 않는 비공모 방식 인선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최 회장이 '연임 포기'를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소극적'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방식에서 기인한다.
여기에 인선 절차를 주도하는 후추위 인사(사외이사) 대부분이 최 회장 취임 이후에 선임됐다는 점도 언제든 결과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후추위가 최종 후보 1인으로 최정우 회장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셀프 연임'을 차단하는 등 절차적 공정성을 개선했다고는 하나 KT 사태의 핵심인 'CEO와 정권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조직 전체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는 최 회장 연임에 최대 관건"이라며 "그룹 내 계열사 경영진들 역시 차기 회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상황인 만큼 후추위가 어떤 선택을 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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