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만족한다는 착각

장윤서 기자 2023. 12. 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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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싸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행복할까.

지금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면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을까.

마틴 슈뢰더 독일 자를란트대 사회학 교수는 1984년부터 독일인 8만5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64만 건의 설문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가 언제 만족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놨다.

책에서 슈뢰더 교수는 만족도에 대한 결과를 가족, 직장, 재정 상태, 친구, 건강 등 세부 영역으로 나누고 그래프를 통해 보기 쉽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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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더 만족하게 만들까
만족한다는 착각./프런티어

더 비싸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행복할까. 지금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면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나를 만족시키는 것은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누구나 만족스러운 삶을 원하지만 만족에 도달하는 방법은 때로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족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에 대한 근거 없는 설들이 판을 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30여년 간의 방대한 과학적 탐구를 통해 ‘만족한다는 착각’의 실체를 밝힌 책이 나왔다.

마틴 슈뢰더 독일 자를란트대 사회학 교수는 1984년부터 독일인 8만5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64만 건의 설문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가 언제 만족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놨다. 이 책은 인문·사회 분야에서 ‘2021 올해의 학술서’ 부분에 뽑혔다.

책에서 슈뢰더 교수는 만족도에 대한 결과를 가족, 직장, 재정 상태, 친구, 건강 등 세부 영역으로 나누고 그래프를 통해 보기 쉽게 설명했다.

책에서 저자는 만족시켜 준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만족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독일 남성은 자녀를 낳으면 대체로 일을 줄이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가정적인 남편처럼 보이고 싶은 것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근로 시간과 실제 삶의 만족도를 따져보면, 자녀가 있는 독일 남성은 오랜 시간 일할 때, 그것도 자녀가 없는 남성보다도 더 길게 일할 때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여성은 배우자가 자녀를 함께 돌보는 게 좋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남편이 집 밖에 오래 있을수록 만족도가 점점 올라간다. 이는 대다수의 예상을 빗나간 결과다.

통계를 통해 어떤 조건이 갖춰졌을 때 만족도가 높아지는 정확한 이유를 인과 관계를 근거로 추측할 수는 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족도가 언제, 어떻게 높아지는지 알아두는 것은 유용하다. 예컨대 소득이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더 이상 이에 비례해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는다. 이러한 것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잘 모르더라도 인생을 설계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다.

책의 4장 ‘관계, 친구는 많을수록 좋을까’에서는 친구가 많아도 만족감이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가 그 답을 찾았다. 그는 3500만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해 응답을 분석한 결과 절친한 친구가 5명 이상인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친한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 10명의 친구들과 매주 2시간씩 통화한다면 주중 근무 시간의 절반인 20시간이 사라진다. 그렇다 보니 소수의 친한 친구들만 남는다. 더 많은 친구를 바란다면 우정 대신 스트레스만 얻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충족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사람들이 수영장, 자동차, TV, 별장 등의 물건을 구입하고 소유하는 순간 특별한 감정이 사라져 버린다고 말한다. 쇼핑을 통해 찰나의 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끝이다.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좇다가 어느새 덫에 걸리고 만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다수의 의견이나, 전문가의 말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를 만족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마침내 진정한 만족에 도달할 방법을 거머쥘 수도 있다.

마틴 슈뢰더 지음ㅣ김신종 옮김ㅣ프런티어ㅣ304쪽│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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