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을 것 없다" 앙골라의 탈퇴…OPEC 영향력 흔들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기조에 반발하던 앙골라가 결국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중동, 러시아 중심 OPEC+(확대 석유수출국기구) 체제의 균열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앙골라의 OPEC 탈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설명했다. OPEC은 2007년 가입한 앙골라의 원유 생산량을 일 146만 배럴로 잡았으나, 앙골라는 초기 설비 투자 부족 등 이유로 일 110만 배럴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앙골라는 투자 유치를 통해 일 180만 배럴까지 증산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사우디의 원유 감산 기조에 가로막혔다. 지난 6월 OPEC+ 회의에서 러시아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은 수년간 할당된 생산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앙골라에 감산을 요구했다. 앙골라 측 인사들은 이에 반발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가 감산이 합당한지 제3자가 평가하는 조건으로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지난달 OPEC+ 회의에서 앙골라의 할당량은 이전보다 일 18만 배럴 감축돼 일 128만 배럴로 확정됐다. 당시 회의는 막판에 나흘 연기되면서 의문을 낳은 바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출신인 그는 "6월 회의에서 OPEC은 UAE(아랍에미리트)에 증산을 허락한 반면 앙골라에는 감산을 요구했다"며 "앙골라는 회의 결과에 수긍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수년간 앙골라가 OPEC 사무국 회의를 박차고 나온 적이 여러번 있었다"며 6월 회의에서 탈퇴를 마음먹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소속으로 아프리카 전문가인 알렉스 바인스는 FT 인터뷰에서 "최근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이 친러시아 노선에서 벗어나 실리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며 "OPEC 탈퇴는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앙골라는 구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지난달 로렌수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미국과 관계를 가까이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앙골라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앙골라의 OPEC 탈퇴 소식에 국제유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0.22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0.31달러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앙골라의 탈퇴가 국제유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시추 설비가 부족한 앙골라가 OPEC 탈퇴 이후 즉시 증산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OPEC 전체 생산량(일 2800만 배럴)에 비하면 산유량이 적기 때문.
다만 외신들은 다른 중소 산유국들이 앙골라의 뒤를 따르기 시작한다면 OPEC 체제에 균열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은 감산 기조를 보여왔지만 회원이 아닌 미국 주도로 생산을 늘리면서 국제유가는 올해 연간 하락을 기록할 전망이다. OPEC의 영향력이 이전같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FT는 "그간 OPEC+는 중소 산유국들의 입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앙골라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 체제가 불만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달 회의에서 나이지리아가 앙골라와 함께 산유량 제한 조치를 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OPEC+는 나이지리아 산유량을 일 183만 배럴에서 일 147만 배럴로 삭감했다. 나이지리아 볼라 티누부 행정부의 목표는 일 200만 배럴 생산이었다.
올레 한센 삭소뱅크 원자재 책임자는 "OPEC+의 구속력과 중동 중심주의가 더 많은 산유국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라드 알카디리 유라시아 그룹 이사는 "다른 아프리카 회원국들이 앙골라를 따를지 지켜봐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OPEC에게 좋은 구도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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