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에 묻습니다, 우리는 노동자입니까 아닙니까?”
쿠팡이츠플러스는 최근 ‘콜 취소율 제한’ 정책을 도입했다. 배달노동자(라이더)들은 상점에 도착해도 주문이 밀려 20~30분씩 음식을 픽업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상황을 종종 겪는데, 이런 콜을 취소하는 비율인 콜취소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페널티를 주는 것이다. ‘시간이 돈’인 라이더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음식을 기다리거나 쿠팡이츠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쿠팡이츠플러스 라이더들을 관리하는 지사장 A씨는 “라이더들이 피로와 수입 저하로 지사에서 대거 이탈했고, 지사는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고 했다.
쿠팡이츠플러스 배달노동자들과 지사장들이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운영정책 변경으로 운행·운영이 어렵다며 사측에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쿠팡이츠와 프리랜서·개인사업자로 계약했는데도 운영정책 때문에 ‘종속된 노동자’처럼 통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자율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감독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쿠팡이츠플러스 지사장들은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쿠팡이츠플러스는 자사 배달만을 수행하는 서비스다. 일종의 대리점 격인 각 구역 ‘지사’에 라이더들이 소속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표적인 운영정책 변경 피해 사례는 ‘콜 취소율 제한’이다. 라이더가 가게에 도착한 뒤에도 20~30분씩 조리가 지연되는 ‘조리지연’ 등 콜에 대한 취소율을 10%로 제한한 것이다. 시간당 배달 건수가 수익에 직결되는 라이더들로서는 이런 조리지연 콜을 취소하지 않으면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이 같은 제한이 일종의 ‘강제 배차’와 같은 작용을 한다고 지적했다. 라이더들은 과도한 제한 때문에 쿠팡이츠를 떠나고, 지사들은 그만큼 운영이 더 어려워지게 된다. 특정 지사 라이더들의 취소율이 제한을 넘을 경우, 쿠팡이츠가 지사에 지급하던 운영비 성격의 ‘라이더관리비’와 배정 물량이 삭감된다고도 했다.
이날 처음 결성을 알린 ‘쿠팡이츠플러스 지사장협의회’는 “쿠팡이츠는 지사와 라이더의 수입을 칼질하는 교묘한 수법으로 갑질 아닌 갑질을 하고 있다”며 “이런 운영방침은 고객들이 정당하게 값을 지불하고 누려야 할 배달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배달시장과 업계에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운영정책 변경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6월 쿠팡이츠는 플러스 라이더들에게 단가 인상을 약속했다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당시에도 미션 조건을 바꿔 라이더들의 근무강도를 높이고, 과적 인정 기준도 높이면서 불이익을 줬다”고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한파로 도로가 얼었는데도 거리·주문제한 등 조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시하되 책임지지 않는’ 플랫폼 기업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전날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근로자성 인정 근거 중 사실상 콜 거절을 할 수 없게 만든 ‘강제배차’와 관련된 부분이 있었다”며 “콜을 거절할 수 없도록 만든 쿠팡이츠와 유사한 사례”라고 했다.
구 지부장은 “플랫폼 기업들은 형식적으로는 지휘감독이 아니라고 포장하면서 내용으로는 지휘감독을 하고 있다”며 “쿠팡이츠가 지금처럼 운영하려면 직접고용을 하고, 그렇지 않다면 실제 정상적인 업무위탁 관계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이 맞다”고 했다.
쿠팡이츠는 “배달 수락 후 취소를 남용할 경우 소상공인과 고객의 피해로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라이더유니온과 일부 협력사는 이를 무제한 수용하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협력사는 배달불가한 사유가 있으면 언제든지 배정 취소가 가능하며, 수행률과 관계없이 완료된 배달건에 대한 배달비 수수료는 모두 지급받는다”고 해명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221160100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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