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주차칸 차지한 제네시스... 신고하자 “뇌 없냐” 욕설 쪽지

이혜진 기자 2023. 12. 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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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차장에서 경차 주차칸에 제네시스를 주차한 한 주민이 신고자가 보란 듯이 욕설이 적힌 쪽지를 차량에 끼워놓은 모습(왼쪽)과 차량을 BMW7으로 바꾼 후에도 경차 주차칸에 주차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자리 없으니까 (경차칸에) 주차했지, 뇌가 없냐?” 수원의 한 신축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차 주차 칸에 제네시스 차량을 주차한 차주가 남긴 메모다. 이웃이 관리사무소에 이를 신고하자 되레 신고자가 보란 듯이 욕설이 적힌 쪽지를 자신의 차량에 끼워놓은 것이다. 이 차주는 차량을 BMW7으로 바꾸고도 지속적으로 경차칸에 주차를 했다고 한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이같은 사연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경기도 수원의 한 신축 아파트 동대표라고 소개한 글쓴이 A씨는 “아파트의 한 세대가 상식 밖의 행동으로 모든 입주민이 피해를 보고 특히 동대표인 저를 겨냥하며 위협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같은 아파트 입주민인 B씨가 자신의 제네시스 차량에 끼워둔 욕설이 담긴 쪽지가 찍혀있었다. 경차 자리에 주차돼있는 제네시스 차량을 누군가가 관리실에 신고하자, B씨가 화가 나 자신의 차량에 이같은 쪽지를 끼워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 쪽지에는 “경차 자리에 주차했다고 관리실에 신고한 네X 보라고 쓰는 것”이라며 “자리 없으니까 주차했지, 뇌가 없냐. 할 일이 그리 없냐”고 적혀있었다. 다른 쪽지에서는 “X까고 일반차 자리에 주차하는 경차부터 단속해라. 주차 자리 없는데 어쩔래”라고도 했다.

B씨가 차량을 제네시스에서 BMW7으로 바꾼 후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A씨는 “BMW7 차량이 경차 주차 자리를 두 칸이나 차지하는 것에 대해 저뿐 아니라 입주민들이 불편해하셔서 이동 주차 해달라고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지만, (B씨는) 관리사무소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고 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경차 주차칸에 주차돼있는 BMW7 차량이 주차선을 넘어 주차장 기둥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다.

동대표인 A씨는 주차비 문제와 택배 관련 건으로 B씨와 여러 차례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A씨는 “(B씨가) 이젠 지하 주차장에서 만날 때마다 (저에게) 위협을 가한다.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옆으로 오면서 경적을 울리지 않나. 걸어오는 모습 가까워질 때까지 창문을 열고 위협적으로 쳐다보질 않나”라며 “경찰서 고소장 접수 및 변호사를 선임하려해도 증거불충분으로 미약하다 한다. 답답하고 무서운 마음에 글을 올린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다시 봐도 화가 난다. 안하무인도 정도껏 하지, 아파트에서 민폐 끼칠 거면 단독주택에서 살지” “차는 명품인데 사람은 가품이네. 악착같이 맞대응해서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 “모욕, 명예훼손으로 금융치료 하시라” “요즘 아파트들 주차공간이 너무 적어서 스트레스 받는 것도 사실이다. 주차 문제로 다들 고통스러울 테니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주차장법 시행령 4조를 보면 노외주차장에는 총 주차대수의 10% 이상 경형과 환경친화적 자동차를 합한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현행법상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어서 ‘무개념 주차’를 하더라도 과태료나 범칙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단속이 어렵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같은 주민간 협의를 통한 해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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