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 “‘서울의 봄’ 좌·우 한쪽 편드는 영화 아냐‥보수단체 고발 황당”(종합)[EN:인터뷰]
[뉴스엔 배효주 기자]
천만 돌파를 앞둔 '서울의 봄'에서 명치에 주먹을 부르는 분노 유발자로 활약한 김의성. 그가 "악역 이미지가 굳어지는 건 걱정하지 않는다"는 연기관을 밝혔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에 출연한 김의성은 12월 21일 서울 성동구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흥행 소감 등을 밝혔다.
11월 22일 개봉해 900만 관객을 돌파하고, 1천만 영화 등극을 내다보고 있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국방장관 역할을 맡은 김의성이 영화 '부산행'에 이어 다시 한 번 빌런으로 분해 혈압이 급상승하는 활약을 보였다. 특히 참모총장 공관에서 총격전이 벌어지자 상황 파악도 안 하고 도망쳤다 새벽에야 나타나 “나 많이 찾았냐?” 라는 속 터지는 명대사를 남겼다.
김의성은 인터뷰를 통해 "제가 '서울의 봄'에서 대단한 역할을 한 건 아니지만, 팀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 영화를 많이 봐주시니 말로 할 수 없이 기쁘다"는 흥행 소감을 밝혔다.
'서울의 봄'의 1천만 돌파는 이미 예정된 바, 김의성은 "내부에서는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는 건 꺼리고 두려워했다. 그러다 500만이 돌파했을 때는 '혹시..?' 했었다. 지금은 서로 기쁜 인사를 주고 받는 중"이라며 "코로나 이후 이렇게 꽉 찬 극장에서 무대 인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드디어 한국영화가 되살아날까'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는 도대체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두렵기도 하다"는 그는 "'서울의 봄'은 비수기에 개봉한데다 중년 남자들만 잔뜩 나오는 영화라 흥행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잘 되는 걸 보면, 정답은 '영화 잘 만드는 것'이긴 한데, 모든 영화를 이만큼 잘 만들기는 쉽지 않다. '좋은 영화'의 기준이 너무 높아진 건 아닌가하는 고민도 크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의 봄'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김의성은 "정말 모르겠다"면서 "옛날 이야기인데다, 좋은 편이 나쁜 편에게 지는 스토리고, 군복 입은 아저씨들이 전화기에 대고 소리 지르는 게 영화의 절반인데.."라면서도 "'서울의 봄'을 향해서는 좋아하는 걸 넘어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느낌이 든다"고 관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 당시를 떠올리며 "중학생이었다"고 회상한 김의성은 "군사반란 한 달 반 쯤 전에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다. 사람들이 울고 불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신군부가 권력을 넘겨 받았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서울의 봄' 시나리오를 보고 그날 밤에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 돼 정말 놀랐다. '이렇게 막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다니'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이 김성수 감독과의 첫 번째 작업이라고 밝힌 그는 "가히 최고의 감독이라 말하고 싶다"면서 "현장에서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고, 막내 스태프까지 인격적으로 대해주셨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김성수 감독님은 아마 필름 영화를 디지털보다 더 많이 찍으셨을 텐데, 필름 영화 문법이 녹아있는 현장이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공들여 찍는 그 경험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김성수 감독님께서 '국방장관은 의성 씨가 해줘야죠' 하고 캐스팅했다"고 합류 과정을 알리면서, "아마 제가 사람을 열받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라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당시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를 찍고 있을 때라 스케줄이 안 되니 만나서 거절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겠다 하셔서 출연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부산행' 못지 않은 얄미운 캐릭터라는 말에, 김의성은 "사실 '부산행'을 제외하고, 저는 한 번도 제가 맡은 캐릭터를 '악역이다' 생각하고 연기한 적은 없다. 물론 '부산행'은 너무 심했기 때문에.."라고 웃으며 운을 뗐다.
이어 "제가 맡은 캐릭터들을 너무 사랑했고, 주인공에게 질 때는 '내가 왜 져야해?' 화가 나기도 했다"며 "맡은 인물을 좋아하고, 그가 하는 행동을 납득하지 않고서는 연기를 할 수가 없다. 그를 100% 받아들여야 연기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역을 들여다보면서 '내 안에도 이런 모습이 없을까?' 하는데, 무조건 있다"고 말한 김의성은 "다만 그런 나쁜 모습을 통제하고, 내 안의 좋은 면과 상쇄시킬 뿐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나쁜 모습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라며 "악역이 재밌기도 하다. 욕망이 큰 캐릭터는 배우가 연기하기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지가 너무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을법 하다. 그러나 "과거 한 선배가 제게 '이미지 고정은 걱정하지 마라. 이미지 없는 배우가 훨씬 많다. 그리고 네 이미지가 단단하게 고정되면 될 수록 똑똑한 사람이 그걸 이용해 전혀 다른 역할로 쓸 거다' 하셨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선 걱정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한 학교를 상대로 일부 보수 단체가 반대 시위를 벌이고, 고발까지 제기하는 사건이 발생해 이슈가 됐다.
출연 배우로서 "황당하다"는 생각을 밝힌 김의성은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보고 어느 한 쪽 편을 든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군사반란이 나쁘다고 하는 영화를 도리어 나쁘다고 하는 건 군사반란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을 대놓고 하는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봄'은 좌와 우, 어느 한 편을 드는 영화가 아니다. 나라의 헌법을 훼손한 군사반란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법정에서 반란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이가 있는 역사적 사실이 있는데, 그 문제를 '서로 간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사상의 문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헛웃음이 나온다"는 생각을 밝혔다.(사진=안컴퍼니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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