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핸드플러스 “번거로운 복약 기록, 먹기만 해도 스마트워치가 자동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으로 국내 유망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해외 진출 기회를 마련하는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올해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주관기관을 맡아 물밑에서 이들 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오라클, IBM 등 글로벌 대기업들과 손잡고 세계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환자에게 약을 처방해 먹게 하는 일에는 항상 ‘복약 불순응’이라는 문제가 따라온다. 의사나 약사가 지도한 대로 약을 먹지 않는 경우다. 단순히 깜빡하는 경우도 있지만, 약이 효과가 없다고 느끼거나 증상이 생각보다 바르게 호전됐다는 생각에 임의로 복약을 중단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런 복약 불순응 문제는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에게는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약의 효과를 검증해야 하는 임상시험에서도 복약 불순응 문제는 치명적이다. 자칫 잘못하면 임상시험 결과의 신뢰도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임상시험에서는 참가자들에 대한 철저한 복약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수기 기록이나 상담 등에 의존하는 복약 관리 체계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인핸드플러스는 복약을 자동으로 기록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워치 형태의 ‘인핸드 워치’는 밴드 부분에 손바닥을 향하는 카메라를 탑재해 인공지능(AI)이 손에 쥔 약의 종류와 갯수, 복약 여부를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
2019년 인핸드플러스를 창업한 이휘원 대표는 제약사 근무 시절 임상시험에 참여하며 직접 겪은 복약 관리 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핸드 워치를 고안했다. 이 대표는 “기존 임상시험 현장에서 복약 관리는 남은 알약을 손으로 일일이 세거나, 수기로 작성한 투약 일지를 확인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기 기록에는 신뢰성 문제도 항상 따라온다”고 설명한다.
그런 임상시험 현장에도 일부 변화는 있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환경이 강요되며 분산형(Decentrailized) 임상으로의 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더 체계적인 복약 관리와 원격 환자 모니터링 등의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이 물결을 타고 스마트폰 앱 등 다양한 형태의 솔루션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고 이 대표는 진단했다. 가령 스마트폰 앱으로 복약 장면을 촬영하는 형태는 양손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사용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인핸드 워치는 별다른 조작 없이 평소처럼 약통을 열어 약을 먹기만 하면 자동으로 복약 행동 인식과 기록이 되도록 했다. 약통을 열면 약통 뚜껑에 부착한 전자 태그를 인식해 카메라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면서 투약 장면을 인식하고 기록한다. 손 동작 전반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경구약 외에도 흡입기나 주사기 등 다양한 제형의 약물로도 확장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인식된 복약 기록 데이터를 환자는 앱으로 확인하며 복약 알림을 받거나 확인하는 용도로 쓸 수 있고, 관리자나 보호자는 웹으로 확인해 원격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다.
인핸드플러스의 솔루션은 현재 일부 제약사들의 임상시험 현장에서 운용 중이며, 최근에는 미국 임상시험에 본 솔루션을 적용하는 계약 또한 수주했다. 향후에는 B2B2C 형태로 병의원과 복지기관, 요양시설 등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일반 환자들보다 더 밀접한 복약 관리가 필요한 고령자, 만성질환자 및 정신질환자 등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휘원 대표는 “인핸드 워치로 수집한 정보를 보험 상품과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 또한 현재 보험사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라장터를 통한 공공조달 시장 진출 또한 계획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처럼 복약을 중단했을 경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경우, 이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실제 입원을 고민하는 보호자들에게 절충안으로 저희 인핸드 워치를 통한 복약 관리를 대안으로 제시해 중재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인핸드플러스는 현재 인핸드 워치2를 개발 중이다. 향후 B2C 시장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사용자 편의성과 활용도를 더욱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오픈AI의 챗GPT 등을 활용한 음성 대화 기능이나 음식 인식 및 식단 기록 기능과 같은 편의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사생활 보호에 민감한 이용자를 고려해 카메라가 작동할 때만 열리는 덮개 또한 추가했다. 올해 초 열린 미국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먼저 선보인 프로토타입 제품이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인핸드플러스는 웹 및 앱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는 데 현재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클라우드를 활용 중이며, 이를 위해 아마존과 긴밀히 협업 중이다. 올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이 주관하는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 대표는 “아마존과 협업하며 컨설팅, 기술 지원을 좀 더 밀접하게 받을 수 있었다. 사업화 자금 또한 기능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며 접점을 만든 것 자체가 향후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인핸드플러스는 향후 국내에도 비대면 진료가 더욱 활성화되면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격 환자 모니터링 기능 고도화, 비침습형 혈당 측정 기능에 대한 연구개발 등을 통해 다가올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이휘원 대표는 “인핸드 플러스의 지향점은 ‘손목 위의 주치의’다. 다양한 복약 및 생체 데이터와 AI를 통해 이용자 건강 상태를 잘 파악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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