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제주흑우를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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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우'라는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아마도 세대와 경험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적은 사육 마릿수로는 제주흑우만의 특색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제주흑우의 유전적 다양성을 늘리고 양질의 정액 공급 및 우량 개체를 생산하기 위한 개체 수 증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제주흑우의 수를 늘리기는 어렵겠지만 지금과 같은 노력이 지속된다면 제주흑우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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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우’라는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아마도 세대와 경험에 따라 다를 것이다. 누구는 잃어버린 아픈 역사라고 할 것이고, 누구는 검은색의 소라 할 것이며, 또 누구는 요즘 나오는 신조어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사전적 의미로 흑우는 털이 검은 한우를 일컫는 말로, 일부 내륙에서 사육되는 흑우를 제외하면 대다수 흑우는 제주도에서 사육되는 토종 생물자원(통칭 제주흑우)이다. 과거사를 보면 맛이 좋아 임금의 생일이나 제사 등 특별한 행사에 진상됐던 흑우는 제주도의 명물로 ‘조선왕조실록’, ‘탐라순력도’, ‘탐라기년’ 등 옛 문헌에 기록돼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제주흑우를 키우기 위해 한라산에 국영목장을 운영할 정도였다. 이토록 찬란했던 과거를 뒤로 한 채, 오늘날 제주흑우는 사람들에게 잊힌 소로 남아 있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오랜 기간 제주의 재래 가축으로 길러지던 제주흑우는 일제강점기 말살정책, 1948년 제주 4.3사건, 1950년 6.25 전쟁 등으로 큰 위기를 겪게 된다. 특히 제주흑우는 일본에 의해 식량자원으로 반출됐을뿐 아니라 ‘한우표준법’이 제정되면서 국내에 존재하던 한우 9종(칡소·황우·백우흑우 등)은 황우 한 품종으로 단일화됐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 토종 소라고 하면 황우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있으며, 누런 소만이 한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황우는 1960년대부터 외국의 선진 육종학 기술 도입과 국내 연구진의 노력, 국가 주도 개량사업으로 몸체도 커지고 전국의 식탁에 맛있고 귀한 음식으로 존재감 있게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흑우는 개량이 이뤄지지 않아 체형이 황우의 약 70% 에 불과하다. 또 제주흑우는 성장이 한우 대비 6~8개월 가량 느리고 체구가 작아 성체의 생김이 단단하다. 품종 개량이 되지 않은 만큼 야생성이 남아 있어 사람을 무척 경계한다.
제주도는 현재 도내 1000마리 내외인 제주흑우 사육 마릿수를 2030년까지 약 2000마리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흑우 농가 보조금 지원 및 수정란 공급 등 흑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농가들 역시 국가 고유 자원을 지키고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백화점 납품, 흑우 전문매장 운영 및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적은 사육 마릿수로는 제주흑우만의 특색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제주흑우의 유전적 다양성을 늘리고 양질의 정액 공급 및 우량 개체를 생산하기 위한 개체 수 증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제주흑우의 수를 늘리기는 어렵겠지만 지금과 같은 노력이 지속된다면 제주흑우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원미영 농촌진흥청 난지축산연구소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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