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데? "기억 안 나"…하지원도 겪은 '이것', 반복되면 치매 온다

박정렬 기자 2023. 12. 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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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사진=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 영상 갈무리


배우 하지원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술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영화 '허삼관'을 촬영하던 중 전통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black out)을 겪었는데, 그 상태로 남은 밤 촬영까지 끝마쳤다는 것. 하지원은 "영화를 보면 신기하게 멀쩡하다"며 "그게 더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는 블랙아웃을 경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흔히 '필름이 끊긴다'로 표현되는 단기 기억 상실을 의학용어로 블랙아웃이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마시거나 공복 상태에서 음주할 때, 과음한 경우 블랙아웃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민재 교수는 "알코올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며 각종 장기와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데 혈액 공급량이 많은 뇌는 특히 집중 타격을 받는 주요 부위"라며 "블랙아웃이 자주 반복되는 것은 뇌가 그만큼 힘들어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술 마실 때 일을 뒤늦게 기억하지 못하는 건 의식을 잃기 때문이 아니라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술에 포함된 알코올이 단기적으로 기억력과 판단력 등 사고 과정을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교란하고 신경염증을 초래한다. 알코올과 알코올의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드는 그 자체로 신경세포 독성이 있다. 김 교수는 "인간은 뇌의 '해마'라는 기관에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데, 과도한 음주를 한 상태에서는 이 과정이 방해받는다"며 "바로 직전에 한 이야기는 기억해도 5~10분 전 일이나 술 마신 다음 날에 전날 일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블랙아웃을 경험해도 술을 마실 당시에는 대화하거나 집에 돌아가는 등 행동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반복되는 블랙아웃을 방치하다간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뇌까지 쪼그라들 수 있다. 김민재 교수는 "블랙아웃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뇌 손상이 진행되고 있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타격을 받는 동시에 평형감각 등 신체운동을 관장하는 소뇌, 뇌간이 손상돼 떨림, 보행 시 비틀거림, 안구운동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알코올성 치매 자가진단표./사진=순천향대서울병원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 초기 블랙아웃이 반복되다 뇌 손상이 누적되면 끝내는 알코올성 치매에 이른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는 "알코올성 치매는 65세 미만 '젊은 치매'의 10%를 차지할 만큼 환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자기 통제력이 감소해 술을 더 많이 찾고, 이로 인해 알코올 중독에 빠져 치매 증상이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임 교수는 "알코올성 치매는 알츠하이머 등 다른 치매와 달리 전두엽의 손상으로 초기부터 성격 변화가 특징이 있다"며 "전두엽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술을 마시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폭력성을 보인다면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코올성 치매는 증상에 대한 병력 청취와 함께 뇌 MRI, 뇌 CT 검사와 같은 뇌 영상 검사로 전두엽이 위축됐는지 확인해 확진 판정을 내린다. 뇌가 심하게 위축되기 전 술을 끊으면 회복할 수 있어 금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애초 술을 마실 땐 과음과 폭음, 주종을 섞는 '폭탄주'는 피하고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면 주종별로 하루 한두 잔 이하를 가급적 천천히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음주 전에는 꼭 식사해 배를 채우고 음주 중에는 물을 자주 마셔야 알코올이 체내로 천천히 흡수돼 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은 술을 자주 마시지 않아도 △음주량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술로 인해 가정,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지장을 받을 때 △금단증상이 있거나 △간 손상이나 우울?불안 등의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술을 계속 마시는 경우 해당할 수 있다. 김민재 교수는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을 정도의 알코올 의존증이나 중독을 겪는다면 상담센터나 클리닉 등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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