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군사 대화 1년5개월만에 재개…대화 국면서도 미 대중 제재는 지속

이종섭 기자 2023. 12. 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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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군 고위 당국자간 대화를 1년5개월 만에 재개했다. 장기간 단절됐던 군 당국간 소통 채널까지 복원되면서 양국간 대화 기류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 등을 지속하고 있어 앞으로도 양국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22일 중국 국방부는 중앙군사위원인 류전리(劉振立) 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전날 찰스 브라운 미국 합참의장과 화상 통화를 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간 통화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중국이 대미 군사 소통을 중단한 이후 처음 이뤄진 양국 군 고위급 대화다. 양국 군 고위급 대화가 마지막으로 이뤄진 건 지난해 7월이었다. 미국의 지속적인 대화 요구를 묵살했던 중국이 태도를 바꾸면서 1년5개월 만에 군 당국간 소통 채널이 다시 열린 것이다.

군사 대화 재개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류 참모장은 통화에서 “양국 정상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양국 군의 소통과 교류 재개에 대한 중요한 공감대를 이뤘다”며 “양군은 평등과 존중을 바탕으로 교류 협력을 전개하고 양국 관계가 안정되고 좋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소통이 재개됐지만 중국 측은 이날 대화에서 미국 측에 핵심 이익 존중을 요구하며 날선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류 참모장은 “양국 군 관계 발전의 핵심은 미국이 중국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우려를 존중하고 실용적인 협력을 촉진하며 상호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군은 어떤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고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며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존중하고 말과 행동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어렵게 성사된 대화인만큼 중국과 각을 세우기 보다는 소통 재개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미 국방부는 브라운 의장이 류 참모장과의 회담에서 양측이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오판을 피하며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브라운 의장은 중국군이 양측간 오해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그러면서 양국 군 지도자들의 개방되고 신뢰할 수 있는 통신선 확보를 위해 아직은 해야할 일이 더 있고 덧붙였다.

이번 군사 대화 재개로 지난해 펠로시 당시 의장 대만 방문과 올해 초 ‘정찰 풍선 갈등’을 거치며 중단됐던 미·중간 각 분야의 소통은 대부분 복원됐다. 냉각기를 걷던 양국 관계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대화·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이 계속해서 대중 무역 제재 등을 이어가고 중국도 이에 맞불을 놓고 있어 양국 관계를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미국 상무부는 양국간 군사 대화가 이뤄진 날에도 중국을 겨냥해 자국 기업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 의존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가 중국산 범용 반도체의 미국 시장을 장악을 막겠다는 것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나 다른 무역 조치들이 뒤따를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19일에도 PNC 시스템 등 중국 기업 13곳을 ‘미검증 기관 명단(수출 통제 우려 대상)’에 추가로 포함시켰다.

중국도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 당국은 게르먀늄과 갈륨, 흑연의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희토류 추출과 분리에 쓰이는 기술이 해외로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잇단 수출 통제는 미국의 기술·무역 제재에 맞선 자원 무기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자국 기업을 수출 통제 우려 대상에 추가한 것에 대해서도 “양국 협력 기반을 훼손하고 시장 규칙과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중국 기업의 합리적 권익을 단호히 보호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세계적으로 중요한 중·미 관계가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미국은 계속 국제질서에 대한 자국 중심의 패권적 계획에 따라 중국을 대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중·미 관계는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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