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모두 조심해야 하는 ‘겨울철 변비’
무분별한 변비약은 오히려 만성 변비 유발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날씨가 추워지면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두가 조심해야 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현대인들에게 가장 흔한 질환인 변비다. 변비는 보통 3일에 한 번 이하로 배변 횟수가 적거나 변이 딱딱하고 소량의 변을 보는 경우, 변을 보고도 변이 남은 것 같은 잔변감이 있거나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줘야만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이러한 증상이 3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변비로 정의한다. 배변은 건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방치할 경우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가져다주므로 가벼운 증상으로 간과해선 안 된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박광범 교수는 “변비 원인은 질병이 원인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잘못된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식사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수분섭취 부족, 변의감이 있는데도 여러 이유로 배변을 자주 참는 습관 등이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씨로 인해 바깥 활동이 제한적인 경우 이전에 없던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평소보다 신체 활동이 줄어든 만큼 장 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한 까닭이다. 이렇듯 활동량이 감소된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도 소화기관 운동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 아이들은 기능성 변비, 노인들은 이차성 변비 많아
변비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전 인구의 5~20% 정도가 변비로 고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그중에서도 9세 이하 어린이, 70세 이상 노인, 여성에게 흔히 발생한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기능성 변비가 흔하게 나타나고, 노인들은 기저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 식사량 및 갈증 감각 감소에 의한 섬유질과 수분섭취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이차성 변비가 많다.
◇ 무분별한 변비약 복용은 오히려 만성 변비 유발
노인성 변비의 경우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단순한 노화 증상이나 소화 장애로만 생각하고 방치되기 쉽다. 하지만 배변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장폐색증 위험이 커진다. 전문의 처방 없이 시중에서 파는 자극성 변비약이나 보조식품을 장기간 남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장 점막을 과도하게 자극하면 장 연동 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무기력해지면서 만성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장내 신경층이 파괴되면 장 기능이 망가질 수도 있으므로 섬유질 성분을 복용해도 효과가 없다면 가급적 빨리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드물지만 대장암, 염증성 장 질환,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신경계 질환, 근육질환 등 여러 질환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 화장실에 스마트폰 들고 가는 습관 고쳐야
변비 예방을 위해서는 ▲장운동이 가장 활발한 때인 아침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들이자 ▲간혹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변기에 10분 이상 오래 앉아 있으면 장이나 항문이 자극에 둔감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변의가 느껴지면 참지 말고 가급적 30분 내 화장실을 가는 습관을 들이자 ▲원활한 장운동을 위해 30분 이상의 걷기 운동을 하자 ▲규칙적으로 충분한 양의 식사를 하되 가급적 과일, 채소, 잡곡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자 ▲하루 1.5~2 리터 정도 물을 마시자. 단 섭취하는 수분량이 충분해도 커피나 짠 음식 등으로 이뇨작용이 활발해지면 체내 수분이 줄어들 수 있다. 카페인 섭취는 피하자.
◇ 대변을 과도하게 참는 증상도 소아 변비
모유 수유를 하는 아기들의 일부에서는 정상적으로 수일 이상 동안 변을 보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생후 2주경의 신생아는 평균 4회 대변을 보고, 점차 대장의 수분 보유 능력이 성숙되면서 2세부터는 평균 1.7회, 3~4세는 성인과 유사하게 하루 3회에서 주 3회 정도의 배변을 하게 된다. 변비의 증상은 ▲만 4세 이상에서 배변횟수가 주 2회 이하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의 유분증(대변 지림) ▲ 대변을 과도하게 참는 증상 ▲배변 시 굳은 변을 보면서 통증을 느끼거나 힘들어하는 경우 ▲직장에 대변이 다량으로 저류된 경우 ▲대변이 굵어서 변기가 막히는 경우다. 이러한 증상이 1개월 동안 최소 1주일에 한 번 이상 앞서 기술한 증상이 2가지 이상 나타났다면 변비로 진단한다.
◇ 시간 여유를 두고, 약물치료, 식이조절, 행동조절 함께
소아 변비 역시 식습관,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호자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 약물치료, 식이조절, 행동 조절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치료는 첫째, 약물이나 관장으로 직장에 저류된 대변을 제거한다. 둘째, 대변을 참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변을 묽게 하는 하제, 즉 장의 내용물을 배출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배변이 최소 2개월 이상 유지되면 하제를 점차 줄여나간다. 변비 치료를 하더라도 복약 순응도가 나쁘거나 보호자의 임의대로 약물을 감량하거나 중단할 경우, 치료 효과가 좋지 않고, 배변을 하더라도 변비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치료과정은 변비로 장기간 대변이 정체됨으로 인해 배변 감각이 둔해져 버린 대장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최소 수개월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소아 변비 치료약제는 성인과 달리 자극성 하제가 아닌 삼투성 하제를 복용하게 되므로 장기 복용과 관련한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변비약을 증상이 심할 때만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일과성으로 끝나기 쉽고 변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전문의 상담을 통해 변비의 정도를 정확하게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와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은혜 교수는 “일반적으로 변비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해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변비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변비로 진행되고 오심, 구토, 복통, 복부 팽만, 식욕부진으로 이어져 성장기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드물게 변비의 합병증으로 요로감염, 항문열상, 전초치질(Sentinel pile), 직장 탈출증, 성장부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약물 치료와 더불어 건강한 식습관 및 생활 습관 개선이 병행되어야 약물을 중단하고 변비가 재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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