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고위 인사 “하마스 섬멸 후 가자지구 통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맡길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내각 고위 관리가 하마스와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 관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 후 가자지구 관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맡겨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반대해온 이스라엘이 입장 변화를 시사한 것인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아랍어뉴스 엘라프에 기고한 글에서 “이스라엘은 하마스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통합하려는 국제사회와 역내 국가들의 열망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넓은 대중적 지지와 정당성을 가진 온전한 팔레스타인 통치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이 기구가 누가 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7일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의 전반적 안보를 무기한 책임질 것”이라고 밝히는 등 전후 가자지구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왔다.
이스라엘 정권 핵심 인사인 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WSJ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기존 방침을 완화하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도 네타냐후 정부의 자세가 바뀌는 신호라고 전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자지구 통치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하마스 축축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 해결책의 일부가 되기를 모두가 바란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지금 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우리는 분별력을 갖추고 증오에 휩싸이지 않은 이들이 지도부가 되는 새로운 가자지구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화해 비전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면서 “가자지구를 돌보는 새로운 현지 민간 지도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 극우 세력도 즉각 반발했다. 대표적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히리 재무장관은 엑스(옛 트위터)에 “이 입장(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 칼럼)은 이스라엘 정부를 대변하지 않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그에게 조용히 하라고 지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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