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2' 이진욱의 담대함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배우 이진욱은 꾸밈없이 자신을 마주할 줄 사람이다. 비판은 담대하게 마주하며, 자신에겐 엄격한 기준을 세운다. 그는 자신을 건조한 성격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 있는 배우였다.
지난 1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감독 이응복)는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현수(송강)와 그린홈의 생존자들 그리고 또 다른 존재의 등장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들까지 새로운 욕망과 사건,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이진욱은 정의명(김성철)에게 육체를 빼앗긴 인물 편상욱이란 인물의 배역을 맡았다.
이진욱은 '스위트홈' 시즌 1에서 편상욱을 연기하며 원작 웹툰과 차별화되는 매력을 토대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 2 에선 주연 배우 송강과 함께 분량이 현저히 줄었다. 무엇보다 시즌 1의 주제가 '그린 홈'이라는 세계관에서 생존을 위한 인물들의 사투라는 비교적 명확한 주제였던 것과 다르게, 시즌 2에서는 갑작스럽게 방대해진 세계관과 새로운 인물들로 인해 스토리의 개연성이 아쉽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스위트홈'은 세기말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이런 배경을 이진욱은 어떻게 이해하고 판단했을까. 이진욱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사람들 틈에 있으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있을지 모르지만, 시골에 가면 편의점이 조금 멀어 불편한 그런 느낌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싸움은 이어지고 있다. 원시적 사회로의 회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이진욱은 자신에 캐릭터에 대해 정의명에게 몸을 지배당한 상황이지만, 똑같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정의명이 편상욱의 몸을 차지하지 않았냐, 정의명의 생각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방향성이 중요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정의명을 연기한 김성철 배우에게 도움을 받았단다. 녹음 파일을 받기도 하며 노력한 그는 "느낌 정도를 받으려고 했다. 몸을 차지했으니 성향도 바뀌지 않았겠냐"라고 말했다.
이진욱이 생각하는 정의명은 어땠을까.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설명하기 쉬운 개념이 아니다"라며 입을 뗐다. 이어 "지구의 주인이 꼭 인간일 필요가 없다는 무드가 있다. 인간의 가장 어둡고 안 좋은 부분을 본인이 경험했다 보니,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정의명은 편상욱의 몸을 빼앗아 제멋대로 조종한다. 그러나 죽은 상욱의 마음에 있던 박유리(고윤정)가 예상치 못 한 순간에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려 당혹스러워한다. 이진욱은 제작발표회에서 언급한 바 있는 표정 연기 디테일을 언급했다. 그는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표정이 오른쪽 얼굴이고, 진짜 감정은 왼쪽 얼굴에서 나타난다는 이론이 있다"라며 그 이론을 토대로 묘한 표정들을 자아냈다고 밝혔다.
이진욱은 자신의 분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4회 이후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제가 더 많이 나왔어야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시즌 3을 보시면 조금 해소가 되실 듯싶다. 사실 분량에 대한 욕심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시즌1 대비 평이 좋지 않다는 질문에 이진욱은 "기대가 커서 그런 것 같다. 잘된 작품인데 아쉬운 점이 있으면 대중들의 말이 모여 부정적 느낌이 된다"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시즌 2를 보고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시즌 3가 기대된다는 말인데, 시즌 2 자체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된 거 아닐까 생각한다. 아쉽다는 반응이 나올만한 부분은 의도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현수와 편상욱의 이야기가 끊긴 장면이 그렇다. 판단은 대중의 몫이지 않냐"라고 대답했다.
어느덧 이진욱은 데뷔 20년 차 배우가 됐다. 그는 연기를 전공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거기에 덧붙여 무언가를 탐구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성향이라 좋지만 자신의 성격은 굉장히 건조해 감정표현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배우 초반엔 "너 원래 이러냐"라는 꾸중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진욱은 성격 탓에 감정이나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욕을 먹어도 '화가 났나 보다'라고 생각한단다. 그는 "판단은 판단이고, 평가는 평가다. 개선할 게 있으면 고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진욱의 '스위트홈 2' 촬영은 시즌 1부터 함께했지만, 이번 '오징어 게임'에는 시즌 2에 합류하게 됐다. 이에 대한 부담을 묻자 이진욱은 "전혀 부담이 없다. 현장에서 충실히 노력할 뿐이다.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아도 영향받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재밌을 것이다. 부담도 없고 자유롭다. 1/n이지 않냐"라고 덧붙였다.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성격이 건조하다고 말하던 이진욱은 후배들의 성장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송강, 고민시, 이도현 등 3년 사이에 스타로 성장한 그들의 대해서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업계의 부흥에 큰 역할을 맡아주고 있어서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예능에 출연하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이진욱은 "배우가 개인적인 본인을 드러내면 마이너스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는 아직도 제작발표회만 가도 긴장이 많이 된다. 예능 쪽에선 저 같은 캐릭터를 좋아하시곤 하지만 저는 배우 일을 잘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삶의 태도를 통해 배우 생활을 20년간 이어올 수 있었다 밝혔다. 이진욱은 "깊이 있게 생각하지만 무언가에 얽매이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제 손을 떠난 문제에 대해선 흘려보내려 한다"라며 "판단도 빨라 현실을 직시한다. 그에 맞는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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