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석달만에 또 업무보고… 피로·안도감 뒤섞인 산업부 직원들

세종=박소정 기자 2023. 12. 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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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차출설이 제기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약 3개월여의 임기로 마무리할 전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2000년대 들어서 가장 단명한 산업부 장관 기록으로 남게 되는데요. 하반기에만 두번의 장관 인사청문회와 전 부서 업무보고를 준비해야 하는 산업부 직원들은 피로감을 내비치면서도, 그나마 현안에 정통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의 후임 지명 소식에 안도감도 뒤섞인 분위기입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목했습니다. 지난 9월 20일 취임한 방 장관은 경기 수원 지역에 총선 주자로 차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0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산업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과 취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테지만, 방 장관의 임기는 ‘석달 천하’, 길어도 ‘넉달 천하’로 마무리될 공산이 큽니다. 현 산업통상자원부라는 이름으로의 조직 재편(2013년) 이후 거친 장관 중엔 가장 짧은 임기임은 물론, 2000년대 들어서도 가장 단명한 기록으로 남겨질 전망입니다. 가장 최근엔 통상산업부 시절 정해주 전 장관의 3개월12일 임기(1997년11월19일~1998년3월3일), 안광구 전 장관의 2개월15일 임기(1996년12월20일~1997년3월6일)가 가장 짧았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일 단위’ 초단명 수장들의 이름도 눈에 띕니다. 역대 가장 짧은 임기를 기록한 산업 수장은 1공화국 상공부 시절 박희현 전 장관의 ‘6일 임기’(1954년6월30일~1954년7월5일)입니다. 그리고 2공화국 상공부 시절 태완선 전 장관의 ‘15일 임기’(1961년5월3일~1961년5월18일)가 그 뒤를 잇는 기록이네요. 태 전 장관의 경우 ‘5·16 군사정변’ 발생으로 인사가 보름 만에 뒤집힌 결과입니다.

방 장관의 단기간 재임은 지난한 현대사 같은 것이 얽혀서가 아닌, 정치적 셈법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를 두고 ‘총선용 돌려막기’라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산업·에너지 정책 운용의 방향성에 따라 신중해야 할 장관 인사가, 총선 출마를 위한 한줄 경력 쌓기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입니다. 그 짧은 재임 기간마저도 2030부산엑스포 유치 등을 위해 해외에 나가 있던 것이 절반에 이르러, 실무자들 사이에선 방 장관의 존재감이 더욱 희미했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대통령실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새 산업 장관 지명 뒤 “저희도 아픈 부분이긴 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산업부 내부는 뒤숭숭합니다. 한달여 전만 해도 ‘개각 이슈’는 남일처럼 여기던 산업부 직원들이었는데 말입니다. 인사청문회는 물론, 새 수장을 맞아 전 부처의 업무보고도 다시 준비해야 하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조직 개편도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부 꼴이 말이 아니다’란 자조도 나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행인 점은 그나마 후임자가 현안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새 산업부 장관 후보자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1년7개월째 산업부에 몸담으면서 국무회의에도 꾸준히 배석했는데요. 이에 따라 본인의 전공인 통상교섭뿐 아니라, 에너지나 여타 산업 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익숙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산업부 직원은 “워낙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으로 정평나있는 데다, 오래 한 식구로 손발을 맞춰온 사람인 만큼 혼란스러운 와중에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그간 통상 분야에서의 가장 큰 현안이었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이 결국 반도체 같은 국내 산업 현황과 정책과 연관된 것이라 큰 걱정은 안 든다”며 “통상 실무 경험이 시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극적인 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산업부의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직원들이 새 수장에게 거는 기대가 현실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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