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석달만에 또 업무보고… 피로·안도감 뒤섞인 산업부 직원들
내년 총선 차출설이 제기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약 3개월여의 임기로 마무리할 전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2000년대 들어서 가장 단명한 산업부 장관 기록으로 남게 되는데요. 하반기에만 두번의 장관 인사청문회와 전 부서 업무보고를 준비해야 하는 산업부 직원들은 피로감을 내비치면서도, 그나마 현안에 정통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의 후임 지명 소식에 안도감도 뒤섞인 분위기입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목했습니다. 지난 9월 20일 취임한 방 장관은 경기 수원 지역에 총선 주자로 차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집니다.
새 산업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과 취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테지만, 방 장관의 임기는 ‘석달 천하’, 길어도 ‘넉달 천하’로 마무리될 공산이 큽니다. 현 산업통상자원부라는 이름으로의 조직 재편(2013년) 이후 거친 장관 중엔 가장 짧은 임기임은 물론, 2000년대 들어서도 가장 단명한 기록으로 남겨질 전망입니다. 가장 최근엔 통상산업부 시절 정해주 전 장관의 3개월12일 임기(1997년11월19일~1998년3월3일), 안광구 전 장관의 2개월15일 임기(1996년12월20일~1997년3월6일)가 가장 짧았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일 단위’ 초단명 수장들의 이름도 눈에 띕니다. 역대 가장 짧은 임기를 기록한 산업 수장은 1공화국 상공부 시절 박희현 전 장관의 ‘6일 임기’(1954년6월30일~1954년7월5일)입니다. 그리고 2공화국 상공부 시절 태완선 전 장관의 ‘15일 임기’(1961년5월3일~1961년5월18일)가 그 뒤를 잇는 기록이네요. 태 전 장관의 경우 ‘5·16 군사정변’ 발생으로 인사가 보름 만에 뒤집힌 결과입니다.
방 장관의 단기간 재임은 지난한 현대사 같은 것이 얽혀서가 아닌, 정치적 셈법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를 두고 ‘총선용 돌려막기’라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산업·에너지 정책 운용의 방향성에 따라 신중해야 할 장관 인사가, 총선 출마를 위한 한줄 경력 쌓기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입니다. 그 짧은 재임 기간마저도 2030부산엑스포 유치 등을 위해 해외에 나가 있던 것이 절반에 이르러, 실무자들 사이에선 방 장관의 존재감이 더욱 희미했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대통령실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새 산업 장관 지명 뒤 “저희도 아픈 부분이긴 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산업부 내부는 뒤숭숭합니다. 한달여 전만 해도 ‘개각 이슈’는 남일처럼 여기던 산업부 직원들이었는데 말입니다. 인사청문회는 물론, 새 수장을 맞아 전 부처의 업무보고도 다시 준비해야 하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조직 개편도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부 꼴이 말이 아니다’란 자조도 나옵니다.
다행인 점은 그나마 후임자가 현안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새 산업부 장관 후보자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1년7개월째 산업부에 몸담으면서 국무회의에도 꾸준히 배석했는데요. 이에 따라 본인의 전공인 통상교섭뿐 아니라, 에너지나 여타 산업 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익숙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산업부 직원은 “워낙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으로 정평나있는 데다, 오래 한 식구로 손발을 맞춰온 사람인 만큼 혼란스러운 와중에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그간 통상 분야에서의 가장 큰 현안이었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이 결국 반도체 같은 국내 산업 현황과 정책과 연관된 것이라 큰 걱정은 안 든다”며 “통상 실무 경험이 시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극적인 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산업부의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직원들이 새 수장에게 거는 기대가 현실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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