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셋값 오를 일만 남았다…집값 완충제 될 것 [부동산360]
매매침체, 전세상승 추세 당분간 지속
“전세가율 높은 지역, 집값 움직임 주목해야”
[헤럴드경제=박일한 선임기자]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최근(11월 기준) 5억833만원을 기록했다. ‘역전세난’ 우려가 컸던 지난 5월 4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8월 이후 상승거래가 늘더니 10월(5억333만원) 이후 5억원대로 복귀했다. 같은 달 경기도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3억원으로 올랐다. 역시 올 4월 2억90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8월 이후 상승세를 탔고 마침내 3억원대를 회복했다. 중위전세가격은 해당지역 전세를 가격별로 줄을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 있는 가격이다.
전셋값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전세 부족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달 둘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동향’ 지수는 115.9로 전주(114.3) 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이 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공급부족’ 비중을 물어 작성한다. 0~200 범위에서 100보다 크면 공급부족이라고 답한 비중이 수요부족이란 답변보다 많다는 의미다.
같은 시기 경기도와 인천을 합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100.6을 기록해 전월(100) 보다 오르면서 상승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이다.
최근 내년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건설 부동산 관련 연구소들은 주택 매매가격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지만 전셋값 전망은 대체로 일치한다. 하락 전망은 없고 대체로 상승한다는 시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대표적인데, 모두 2024년 전국 주택 전세가격이 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 가격이 뛰는 건 전세 물건 대비 전세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금리 영향으로 월세로 넘어갔던 임차 수요가 다시 전세로 돌아오고, 매매시장 침체로 집을 사려던 매수 대기자들도 일단 전세를 선택하고 있다. 최근 빌라 등 비아파트에서 전세사기 불안이 커지면서, 아파트 전세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도 전세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며 전세수요를 증가시킨 원인으로 해석된다.
반면, 전세 공급의 주요 수단인 새 아파트 입주량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아실’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량은 1만5627채로 1990년 이후 가장 적다. 또다른 민간 시세 조사기관인 부동산114 조사로는 이보다 더 적은 1만921가구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입주량이 최근 10년간 연평균 3만3000여채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입주량이 3분의1 토막도 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반적으로 입주량과 전세가격은 반비례 관계다. 입주량이 줄면 전셋값이 오르고, 입주량이 늘면 전셋값이 내린다. 실제 KB국민은행 조사 기준 2019년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졌는데, 그해 서울 아파트 입주량(4만7225가구)은 2008년 이후 가장 많았다. 어찌됐든 내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전셋값 상승세가 매매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최근 시장 상황처럼 매매가격은 보합세거나 하락하는데 전셋값만 오르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가 줄어드는 데 이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가 ‘전세가율’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로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해석된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대출을 조금 더 받아 내 집을 마련하자’(실수요)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자’(갭투자 수요)는 수요가 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현재(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1.6% 수준이다. 올 7월 50.9%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전셋값이 오르면서 4개월 연속 소폭이나마 상승중이다. 최근 흐름처럼 매매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전셋값이 상승한다면 내년엔 전세가율 오름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전세가율은 어느 정도까지 올라야 매매 수요를 자극할 수준이 될까? 전문가들은 서울은 ‘전세가율 60% 이상’이면 집값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전세가율 60% 가설은 꽤 오래 전인 IMF 구제금융 직후, 하락하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반등했던 시점이 전세가율 60%를 넘어서면서였다는 데서 착안했다.
이는 그 이후에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2010년대 초반 침체됐던 서울 아파트값이 반등한 건 전세가율이 60%를 넘었던 2013년 10월(60.1%)부터였다. 2016년과 2017년엔 전세가율이 70% 이상으로 올랐는데 갭투자 열풍이 불었다. 이는 무수한 ‘영끌족’이 태어난 배경이 됐다.
현재 서울에서도 중랑구(59.3%), 성북구(58.5%), 금천구(58.1%), 강북구(57.4%), 은평구(57.1%), 종로구(57.7%), 관악구(56.7%), 동대문구(56.6%), 서대문구(56.2%), 중구(55.5%) 등은 전세가율이 60%에 근접해 있다. 반대로 강남구(41.6%), 용산구(42.6%), 송파구(45.8%), 서초구(46%), 양천구(48.5%), 노원구(49.5%) 등은 전세가율 50%에도 미치지 못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기 부담스러운 곳이다.
또 지역적으로 편차가 크지만 경기도도 전체적으론 63.2%로 전세가율이 꽤 높은 편이고, 인천은 64.1%나 된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경기 여건이 좋아지고, 집값 회복 기대감이 살아난다면 언제든 매수세가 달려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전세가율 상승 추세는 내년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거나 적어도 더 크게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2024년 주택시장에서 전세가율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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