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회사 수원역이잖아, 나 픽업할거지?” …112 걸려온 전화 정체는
“너희 회사 수원역에 있잖아. 나 픽업할거지?”
지난 21일 오후 7시 8분. 112에는 이 같은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이 남성은 대뜸 “수원역에 있는 너네 회사 쪽으로 내가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고를 접수했던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이준영 경사는 수상함을 느끼고 “혹시 위급한 상황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남성은 “응, 그렇지 뭐”라며 능청스럽게 답했다.
이 경사의 직감은 맞았다. 잘못 걸려온 것처럼 보인 이 전화는, 사실 40대 택시기사 A씨가 마약사범을 신고하는 전화였다.
A씨는 이날 오후 수원역에서 승객 B씨를 태워 시흥의 한 다세대 주택으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B씨는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한 뒤 우편함에서 물건만 빼내 다시 택시에 탄 뒤 “수원역으로 가자”고 했다. A씨는 B씨의 행동이 언론을 통해 보았던 마약 사범과 비슷하다고 의심해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이 경사는 A씨가 말한 ‘픽업’을 경찰관 출동 요청으로, ‘수원역’은 수원역 앞에 있는 매산지구대로 이해했다. 이후 곧바로 ‘코드0′(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을 발령하고, 모든 요원이 신고 상황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사는 “승객이 남성이면 휴대폰, 여자면 아무 얘기나 하세요”라고 하자, A씨는 “male(남성)”이라고 답했다. 그는 승객이 중국 국적임을 알아채고 영어를 잘 모를 것이라 생각해 이 같이 답했다고 한다. A씨는 이후에도 차량 번호를 얘기하고는 ‘이머전시’(emergency‧위급상황) ‘드럭’(drug·약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이 경사는 “택시 색상을 과일 색으로 말해달라”며 대화를 이어가자, A씨는 “화이트”라고 답했다. 흰색 차량이라는 뜻이었다. “승객이 알아들은 것 같냐”는 물음에는 “한 70~80%”라고 답했다.
이에 이 경사는 “억지로 범인을 잡을 필요 없다”며 “혹시 승객이 눈치채고 그냥 내려달라고 하더라도 다칠 수 있으니 내려줘라. 그 다음은 우리 경찰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 승객은 A씨의 전화를 전혀 눈치 못 챘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택시를 몰아 수원역 앞 매산지구대 쪽으로 가 정차했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들은 오후 7시 24분 중국 국적의 30대 마약사범 B씨를 즉시 검거할 수 있었다.
B씨는 필로폰 0.6g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했다. 그는 중국판 메신저 ‘위챗’으로 마약을 구매해 특정 장소에 물건을 놓으면 찾아가는 ‘던지기 수법’으로 수령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B씨를 긴급체포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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