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언론인 카슈끄지 배우자 미국 망명…사우디와의 갈등 종료?
WP “피살 논란 마무리 단계”
“사우디 책임 끝까지 추궁해야” 지적도
미국이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된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배우자의 망명을 21일(현지시간) 허가했다. 카슈끄지의 의문사를 놓고 수년간 계속된 미국과 사우디 갈등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정부가 카슈끄지 배우자 하난 앨라트르의 망명을 최종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8월 망명 신청서를 제출한 지 3년 4개월 만이다.
앨라트르는 2018년 10월2일 남편 카슈끄지 사망 이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당국의 미행과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며 고향인 이집트나 26년간 살아온 UAE로 돌아간다면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망명 신청서를 통해 “이집트 정부가 자신의 가족을 억류했고, 카슈끄지가 살해되기 4개월 전엔 UAE가 휴대전화를 압수해 스파이웨어를 심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카슈끄지 사후 앨라트르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WP에 따르면 UAE 두바이에서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했던 앨라트르는 2020년 7월 돌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직장에서 쫓겨난다. 여기에 사우디와 UAE의 집요한 괴롭힘에 위협을 느끼고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자신의 변호인 집에 숨어 지냈다.
앨라트르의 이번 망명은 카슈끄지 의문사를 놓고 미국과 사우디가 펼쳤던 신경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건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은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특정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와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급등과 중동을 둘러싼 중국과의 패권 경쟁 등의 이유로 지난해 11월 빈살만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WP는 “미국 정부의 망명 허용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앨라트르의 주장을 인정한 결과”라면서도 “한때 미국과 사우디 관계 악화에 결정적 계기가 됐던 카슈끄지 피살 논란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앨라트르는 다만 WP에 “정말 믿을 수 없는 소식”이라며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아직 살아 있는 피해자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앨라트르의 망명을 도운 민주당 소속 돈 바이어 미 연방 하원의원도 “앨라트르가 남편 암살에 대한 책임을 사우디에 끝까지 추궁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끔찍한 불의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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